다문화 여성의 삶 … 필리핀에서 시집 온 릴리벳 씨

▲ 릴리벳 씨

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쉽고,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울 것이다. 결혼해 살아본 사람은 동감(?)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서로 사랑해 결혼한 사람들조차 서로 잘 알지 못해 성격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나라와 나라의 벽을 허물고 결혼을 한다는 것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결혼 생활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릴리벳의 결혼생활은 남달라 보였다. 비록 국경을 허물고 결혼을 했지만 더 행복하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필리핀에서 진안으로 시집온 지 10년째다. 2000년 2월에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살고 있는 그녀는 운전면허증과 요양보호사 자격증 그리고 초등학생영어지도사 3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녀는 현재 임실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영어 선생님 된 릴리벳
릴리벳은 임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그것도 3~4곳 학교에 번갈아 가며 영어 수업을 한다. 그녀는 그래서 일주일에 4번 임실을 찾는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재미있다는 릴리벳. 그녀는 "아이들 좋아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 말 많이 한다."라고 설명한다.
한 반에 4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오죽 떠들었으면 아이들이 말을 많이 한다고 할까. 그래도 그녀는 아이들이 좋은 모양이다. 그녀의 자녀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영어로 설명하는 릴리벳은 영어 선생님다웠다.
찐짜 한국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릴리벳은 아이들에게 간식거리도 제공을 하는 모양이다. 인터뷰 도중에 릴리벳은 "재미있다. 영어 계속 가르치고 싶어요."를 반복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 보였다.
운전면허증 취득 위해 7번 도전
릴리벳은 임실을 가기 위해 운전면허를 취득해야만 했다. 2009년 여름에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그녀는 일곱 번 도전해 성공했다.
"필기 73점. 합격했다. 기능 한번, 도로주행 한 번에 합격했다."
그런 그녀는 기능과 도로주행을 위해 운전면허 학원에 다녔다. 하지만, 필기시험은 스스로 공부해 합격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영어 문제로 시험을 보았다는 것이다. 요즘은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문제를 내기도 하나 싶다. 그렇게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됐다.
"진안에서 임실까지 30~40분이면 가요. 친구들도 바래다줘요. 그런데 주차하는 것이 조금 힘들어요."
여성들이 그렇듯이 릴리벳 역시 주차에는 약한 것 같다. 그러나 릴리벳만 경험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아직 운전을 못 하는 친구들까지 챙긴다. 임실로 출퇴근하면서도 틈틈이 친구들 집까지 바래다주는 모습은 운전 경력 1년 차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의 운전실력인 것 같다.
 
초등학교 방학 때 요양보호사 취득
초등학교가 방학을 하면 그녀도 방학인 셈이다. 그런데 벌써 내년 걱정을 한다. 1년씩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에서 아직 아무런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걱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초등학교에서 겨울 방학을 하자 그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해 요양보호사 1등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라북도 도지사가 인정한 자격증이다.
"친구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요양보호 일하고 있어요. 저도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을 하지 못하면 요양보호 일해야 해요."
10년의 결혼 생활은 릴리벳 씨에게 짧은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현재 그 시간이 릴리벳 씨에게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그녀의 바람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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