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경인년도 저물어 간다.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어디 있을까만 올해는 특히 다사다난한 해였다.
금년도 10대 뉴스를 보면 연초에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환상의 기량을 뽐내며 세계신기록으로 올림픽금메달을 확보한거나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한 정도를 빼면 그리 반가운 일이 없었다.
6월의 나로호 공중폭발은 '빨리빨리'로 상징된 성과주의가 빚어진 사고라는 지적이 있었고, 7월에 불거진 총리실의 불법민간사찰활동이나 9월의 외교부장관 딸 특채사건은 이 정부의 심각한 비민주적 속성과 도덕성 해이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3월의 천안함 침몰사건은 아직도 전모가 아리송한 채 진행 중인 사건으로 남아있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관련된 외교적 무능은 국제적으로 웃음거리만 되고 말았다. 여기에 11월의 북한의 기습적인 연평도 포격사건에는 갈팡질팡하다가 주위의 시선이 따가웠는지 사격연습을 한답시고 떠벌리며 북한이나 주변국의 눈치를 보다가 괜찮을 것 같다싶으니까 하릴없이 바다에다 포탄을 쏟아 붓고는 우리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자화자찬하는 판이다. 그래서 단위부대의 평상시(?) 사격연습을 무슨 큰 뉴스라고 공영방송들이 방송시간의 대부분을 편성하여 보여주는 한심한 현실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정부의 외교, 안보에 관한 무지와 무능은 어처구니가 없다. 실컷 당하고 나서 기껏 한다는 일이 미국에 합동군사훈련이나 애걸하는 정도였다. 외교란 공짜가 없는 법, 미국일변도의 외교정책은 결국 한미FTA 재협상에서 일방적 퍼주기로 귀결되었다.
국회에서는 예산안을 3년 연속 날치기로 처리하고도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자가 "그게 정의로운 일"이었다고 강변하는가 하면 대통령은 예산안 날치기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어느 여당의원에게 "수고했다"고 격려 전화를 했다고 하니 나라꼴이 조폭수준과 다를 바 없다.

전국 대학교수 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4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장두노미란 '다급한 꿩, 풀섶에 머리 감추듯 한다.'라는 뜻의 한자어다. 머리는 숨겼어도(藏頭) 꼬리는 드러나니(露尾)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속담과도 뜻이 통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사실을 알리기보다 사리에도 맞지 않는 말로 강변하거나 숨기기에 급급하는 이 정부의 속성을 그대로 야유하는 글귀라 하겠다.

지역신문 칼럼에 지역의 현안보다 나라의 일이 더 등장하는 것은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역보다 중앙으로 편중된 언론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술자리에서도 지역의 현안보다는 중앙정치에 대한 비분강개로 안주를 삼는 현실이니 잡동사니도 자연 그런 쪽으로 치우치는 감이 있다.
이런 점은 지역사회의 모든 언론들이 더불어 반성해야 할 점이다. 세계의 10대뉴스, 나라의 10대 뉴스, 하다못해 개인적 10대뉴스도 있는 판에 언필칭 지방(지역)언론이라고 하는 곳에서 그 지역의 10대뉴스도 선정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잡동사니가 지역사회의 현안을 인용을 하려해도 인용할 '꺼리'가 없어 못하는 부분도 있음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잡동사니가 산적한 지역의 현안을 외면하고 한가로운 잡설이나 늘어놓고 있다는 일부 독자들의 불만도 알고 있다. 하지만 잡동사니는 기사나 사설이 아니라 그저 칼럼일 뿐이고, 필자도 1차적으로는 독자일 뿐이다. 지역사회의 중요 현안들이 묻히지 않고 지면에 잘 반영된다면 잡동사니의 지역사회에 관한 소재도 보다 풍부해질 것이다.
다사다난한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언론에게는 신나는(?) 일일 수도 있다. 보도할 '꺼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사다난 했음에도 그런 사실조차도 언론보도에서 찾을 수 없다면 그런 언론의 존재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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