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띠 새해 소망 (4) 동향면 도티화 씨

달력이 바뀔 때 혹은 바뀌기 전에 새해 계획을 세우곤 한다. 올해, 새해에는 꼭 이루고 말리라. 담배끊기, 다이어트, 복근만들기 등. 이러한 결심은 작심삼일이 되기도 한다. 신묘년 토끼해를 맞이하여 새해소망을 비롯한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도티화 씨
"추워서 많이 불편해요. 옷도 껴입어야 하고 미끄럽고"
베트남은 열대기후라 겨울이라는 계절이 없다. 특히 요즈음 같은 추위는 매년 한번씩 돌아오는 겨울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가혹할 정도다.
"2년 3개월 되었어요."
작년과 올해, 도티화(DO THI HOA, 25세) 씨의 두 번째 겨울이 될 터였다. 1년여 생활동안 한정된 이들과 공간을 통해 익힌 한국말치고는 훌륭했다. 듣는 것은 어려운 단어가 아니면 되었고 말하는 것은 다소 흐름이 어색하긴 해도 의사전달하는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한국말 어려워요. 순서가 달라서 특히 말할 때 쉽지 않아요."
다문화 가정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녀의 집도 거의 대부분은 한국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그녀가 모국어를 쓸 기회를 별로 없을듯하다.
"남편도 베트남어 약간은 알고 있어요. 가르치는 것 힘들어서 내가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해요."
동향면 자산리에 사는 그녀는 이국땅에 시집온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제일 큰 어려움은 외로움일 터다.
"심심한 게 힘들어요."

맘껏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는 자신이 성인이 되도록 익숙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 공방에서 만나는 '언니'가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였다. "겨울에 (농사)일 없어요. 시어머니와 남편이 아기 봐요."
이국땅에서 평생을 보내기로 마음먹은 그녀. 올해의 소망은 가장 기본적인 '건강' 이었다.
"제가 갑상선을 앓고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요. 올해 건강해졌으면 좋겠고 식구들도 건강하고, 아이도 잘 컸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2009년 7월생. 우리나이로 세 살이다. '건강'을 말하면서 살짝 눈가를 적신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색함을 깨기 위해 좀 더 밝은 질문을 던진다. 토끼에 대한 의견을 밝혀 달라고. 너무 어려웠나보다. 토끼와 빠르다, 영리하다, 귀가 밝다 등을 설명해도 잘 와 닿지 않나 보다. 아니면 내가 이해의 수준이 떨어져서 그녀의 말을 들을 줄 모르는 것일까.

고향을 알려달라는 말에 알파벳(베트남) 한자씩 꼭꼭 눌러 쓴다. 주소체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니 일단 큰 도시단위인 하이퐁(Haiphong)을 지도로 검색해 봤다. 베트남에서 세 번째 큰 해안도시다. 큰 강이 흐르고 바다와 맞닿아 있어 호방한 성품을 가진 것일까. 인터뷰에 선뜻 응해줄때부터 알아봤다. 나에게는 의미가 없지만 그녀에겐 볼 때마다 가슴을 울릴 주소가 자꾸 눈을 잡아끈다. 알파벳에 기호가 섞여 있어서 기재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포기.

도티화 씨는 부모님과 4명의 남매 중 막내란다. 얼마 전 체험버라이어티, 1박2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깜짝 가족 상봉 모습이 떠오른다. 눈물더미였다. 혹시 올해 소원은 고향방문, 가족상봉이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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