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띠 새해 소망 (4) 동향면 도티화 씨
달력이 바뀔 때 혹은 바뀌기 전에 새해 계획을 세우곤 한다. 올해, 새해에는 꼭 이루고 말리라. 담배끊기, 다이어트, 복근만들기 등. 이러한 결심은 작심삼일이 되기도 한다. 신묘년 토끼해를 맞이하여 새해소망을 비롯한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베트남은 열대기후라 겨울이라는 계절이 없다. 특히 요즈음 같은 추위는 매년 한번씩 돌아오는 겨울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가혹할 정도다.
"2년 3개월 되었어요."
작년과 올해, 도티화(DO THI HOA, 25세) 씨의 두 번째 겨울이 될 터였다. 1년여 생활동안 한정된 이들과 공간을 통해 익힌 한국말치고는 훌륭했다. 듣는 것은 어려운 단어가 아니면 되었고 말하는 것은 다소 흐름이 어색하긴 해도 의사전달하는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한국말 어려워요. 순서가 달라서 특히 말할 때 쉽지 않아요."
다문화 가정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녀의 집도 거의 대부분은 한국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그녀가 모국어를 쓸 기회를 별로 없을듯하다.
"남편도 베트남어 약간은 알고 있어요. 가르치는 것 힘들어서 내가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해요."
동향면 자산리에 사는 그녀는 이국땅에 시집온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제일 큰 어려움은 외로움일 터다.
"심심한 게 힘들어요."
맘껏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는 자신이 성인이 되도록 익숙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 공방에서 만나는 '언니'가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였다. "겨울에 (농사)일 없어요. 시어머니와 남편이 아기 봐요."
이국땅에서 평생을 보내기로 마음먹은 그녀. 올해의 소망은 가장 기본적인 '건강' 이었다.
"제가 갑상선을 앓고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요. 올해 건강해졌으면 좋겠고 식구들도 건강하고, 아이도 잘 컸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2009년 7월생. 우리나이로 세 살이다. '건강'을 말하면서 살짝 눈가를 적신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색함을 깨기 위해 좀 더 밝은 질문을 던진다. 토끼에 대한 의견을 밝혀 달라고. 너무 어려웠나보다. 토끼와 빠르다, 영리하다, 귀가 밝다 등을 설명해도 잘 와 닿지 않나 보다. 아니면 내가 이해의 수준이 떨어져서 그녀의 말을 들을 줄 모르는 것일까.
고향을 알려달라는 말에 알파벳(베트남) 한자씩 꼭꼭 눌러 쓴다. 주소체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니 일단 큰 도시단위인 하이퐁(Haiphong)을 지도로 검색해 봤다. 베트남에서 세 번째 큰 해안도시다. 큰 강이 흐르고 바다와 맞닿아 있어 호방한 성품을 가진 것일까. 인터뷰에 선뜻 응해줄때부터 알아봤다. 나에게는 의미가 없지만 그녀에겐 볼 때마다 가슴을 울릴 주소가 자꾸 눈을 잡아끈다. 알파벳에 기호가 섞여 있어서 기재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포기.
도티화 씨는 부모님과 4명의 남매 중 막내란다. 얼마 전 체험버라이어티, 1박2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깜짝 가족 상봉 모습이 떠오른다. 눈물더미였다. 혹시 올해 소원은 고향방문, 가족상봉이 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