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배인재 진안군장애인복지관 관장

설 명절을 며칠 앞둔 우리는 지금 가히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휴전선 사이의 전쟁이 아닙니다. 한국전쟁을 경험하신 어르신들에게는 더 이상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운 말, 전쟁이란 말입니다. 역병이라고 할 수 있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의 공포 속에서 우리 지역사회로의 전염을 막기 위한 방역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지역까지 확산이 안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지만, 자식처럼 돌보았던 동물들을 잃은 발생지역 주인들의 심정을 헤아려보면 마음이 편치가 않는 것이 이심전심이 아닐까요?

이번 사태와 관련된 축산업자분들 뿐만 아니라 관련 공무원들까지 총동원되어 이 혹한기에 생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된 업무로 사람의 목숨이 상하고 과로와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생명이 살아있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은 생매장하고 살처분하는 일이 어찌 큰 일이 아닐런지요? 부디 주변에 관련된 분들을 만나시걸랑 위로의 말이라도 전하는 인지상정의 예의는 갖춰봄이 어떨런지요? 분사된 소독약이 창문에 얼어붙어서 화가 치밀어도 밖에서 떨고 있는 여러 선량들을 생각해서 자제하고 그들을 격려할 일입니다.

사태가 안정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분명하게 결과가 나오겠지만 정말 초기대응이 잘 못되어도 한참 잘 못된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전 김대중 정부시절의 발 빠르고 선제적 대응도 전 정권의 치적이고 사례이니 전적으로 부정하자는 자세의 발로가 아닌지 묻고 싶을 뿐입니다. 매우 아쉬운 심정과 함께 자연의 대재앙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늘의 노여움 앞에 우리는 어떤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할까요? 이 혹한의 겨울이 가고 날이 풀려서 동물들을 매몰했던 지역에서 발생하게 될 2차 오염과 환경 문제는 또 어떻게 대비해야할 지가 걱정입니다.

그리운 고향을 향하는 귀성도 올해는 조용히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구제역 미발생지역의 여러 지자체장들은 고향방문을 자제해 줄 것은 매우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서민물가는 꺾일 줄 모르고 고공행진중입니다. 특히 매몰 처리된 가축의 정육 판매가 뿐만 아니라 다른 생필품들의 가격들도 들썩들썩한다고 합니다. 가족들과의 즐거운 명절을 보낼 것을 생각하며 분주했던 다른 해의 요즈음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추위와 쌀쌀함 만이 감도는 것 같습니다. 민족의 대이동마저도 절제해야하는 작금의 현실 앞에 통탄한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왕조시대의 임금들은 자연의 재앙과 백성이 도탄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투박한 의식주를 선택하고 격식에 있어서 지극히 높은 절제의 미덕을 갖춘 생활을 하면서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 또한 지나치게 성장주의와 물신주의에 빠진 나머지 사람의 소중함을 잃고 앞만 보면서 달려온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교롭게도 어제(20일)는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재개발 현장에서는 아직도 사람의 생명과 가치보다 개발이익과 조금 더 가지려는 이기심이 충만하고 서민과 약자에 대한 배려는 눈꼽 만큼도 없는 것이 작금 우리 사회의 한 단면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부동산 투기와 세금탈루 등 반사회적 반칙을 일삼던 분들이 우리나라 정부부처의 최고 수장이 되겠다고 쩔쩔매는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어쩌면 하도 뻔뻔한 모습으로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는 것처럼 자신감 있게 답변하라고 조장하는 배후가 있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조언은 이런 말들이 아닐 까요? "정의란 무엇인가?" "민신(民心)은 천심(天心)이다!" "너 자신을 알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있을 때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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