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김창현 전 진안초등학교 교장

겨울은 추워야 겨울답지요. 하지만 이 번 겨울은 근래 어느 겨울보다 참 춥습니다. 춥다보니 어릴 적 겨울 산에서 나무하던 생각이 납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가난했던 나는 땔감을 구하러 진안읍내 뒷산 고림사 근처는 물론 그 뒷산을 넘어 가 나무를 해야 했습니다. 눈 덮인 산에서 고자베기 빼다 말려 때기도 했습니다. 고자베기는 썩은 나무뿌리입니다. 꽁꽁 언 고자베기는 몇날 며칠을 햇볕에 말려야 겨우 땔 수 있는 물먹은 땔감입니다.

땔감은 태워서 밥도 짓고 추운 겨울엔 물도 끊여 세수도 하고 방을 덥히는 연료입니다. 어릴 적에 기억으로는 땔감 중 최고는 장작이었습니다. 그 때의 장작은 지금으로 말하면 전기나 도시가스랄까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쪼갠 장작은 이웃집에 팔았습니다. 양식을 구하고 학비도 마련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러곤 우리 집은 볏짚, 썩은새. 왕겨, 톱밥, 고자베기, 심지어 고춧대, 담뱃잎 대도 땔감으로 썼습니다. 내가 판 장작을 때는 집이 얼마나 부러웠던가! 볏짚만 해도 양반입니다. 고춧대나 담뱃잎 대를 땔 때는 그 연기와 냄새는 얼마나 고약했던가! 연기를 쬐면 기침이 나고 눈물이 났던 기억! 옷에 밴 고춧대 연기 냄새, 담뱃잎 대 연기 냄새!

'진안에도 도시가스를 들여와야 합니다.' 진안에도 도시가스가 들어와야 한다는 김수영 군의원의 자유발언은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거론된 것이 다행입니다. 그동안 도시가스는 전주 같은 도시에서나 쓰는 연료로만 여기고 살았습니다. 진안 같은 촌은 거리가 먼 연료인 것으로만 알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아니하는 자치단체가 전국에 20여개라는 말을 읽고 기분이 상했습니다. 20개 자치단체에 진안이 끼어있다니! 참말로 진안이 못살기는 못 사는 곳이구나! 못 사는 것도 억울한데 40%나 비싼 연료를 써야 하니 더욱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치단체는 이 특별법에 따른 조례도 제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제10조 2의 ②). 특별법이나 진안군 조례에 따라 하루 속히 진안에 도시가스가 들어오길 바랍니다. 도시가스를 쓰면 지금의 LPG 가스나 등유보다는 연료비가 40%가 절약된다고 합니다(전북일보 2010.11.26.금.10면).

행복한 진안! 그렇습니다. 진안군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 지금보다 40% 돈을 덜 드리고 따뜻하게 지낼 행복권 말입니다. 이 특별법은 2004년 6월부터 시행된 법입니다. 제5조에서는 정부는 농산어촌의 기초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도시가스문제도 기초생활 여건 개선입니다. 5년이 지났는데도 진안의 도시가스 계획에 대한 정부안이 없다면 낙후된 진안을 정부가 방치한 것입니다. 이 특별법을 앞세워 진안군과 의회는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중앙정부에 강력히 촉구할 일이 도시가스 문제라고 봅니다. 특별법의 이념(제2조)은 '……농촌과 도시지역 간의 생활격차를 해소하고, …… 농어촌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고 되어 있습니다. 도시지역 주민과 균등한 생활을 위해서는 도시가스는 필수입니다. 2004년부터 제7조 ②가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 게 별 거 있나요. 추운 겨울이면 우선 '배 부르고 등 따숴야' 하지요. 40% 더 비싼 연료비를 생각하면 춥게 산 겨울이 억울합니다.
나도 65살이 넘었습니다. 지금 진안에는 나보다 더 어려운 시절을 살았던 나보다 나이든 노인들이 많습니다. 이 노인들이 지금보다 돈을 덜 들이고 더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본문에는 생득한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독자들께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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