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공예가 전경욱씨

▲ 전경욱씨가 한지로 작품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제조법으로 만든 종이가 한지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의 섬유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최근 거장 임권택 영화감독은 한지를 소재로 한 '달빛 길어올리기' 영화를 개봉했다. 이 영화를 통해 임권택 감독은 한국의 소중한 문화 자산을 소개한 것이다.

임권택 감독의 작품 소재인 한지를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전경욱(60) 씨가 작품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진안읍 군하리에 살고 있는 전씨는 일반인과 조금 다르다. 척추 장애를 겪고 있다. 장시간 서 있는 것도, 장시간 않아 있는 것도 힘들다.

그러나 그는 한지로 새집, 삼태기, 망태, 패랭이, 호롱, 항아리, 꽃병, 모자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든다. 그 작품은 정교하다 못해 섬세함이 느껴진다. 이게 바로 한지 공예다.

전경욱 씨를 만나기 전까지 한지 공예에 대해 관심 두지 않았다. 그런데 전경욱 씨가 만든 작품들을 보면서 한번쯤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경욱 씨가 한지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불과 3~4년이 전부다. 누구로부터 배운 적도 없다. 어깨너머로 본 것이 전부다.
 
◆우울증, 한지 공예로 치료
전경욱 씨에게 시련이 있었다. 친구와 함께 4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교통사고로 친구는 장애인이 되었다. 그로 인해 전경욱 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얻은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때마다 유일한 친구는 술이었다. 그렇게 지내다 한지로 작품을 하나 둘 만들기 시작하면서 우울증을 극복했다. 물론 술도 마시지 않게 됐다.

전경욱 씨가 한지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친구 아버지께서 멍석 만드는 것을 보았죠. 삼태기를 제 형님이 만드는 것을 보았고요. 강화도에 살고 있는 동료 집에서 왕골 겉껍질로 돗자리를 만든 것을 보았어요. 멍석, 삼태기 돗자리 등을 만드는 것을 배우지 않았어요. 그때는 보았을 뿐이죠. 그 기억이 나 만들었어요. 취미 생활로요."
전경욱 씨는 한지로 작품을 하나 둘 만들면서 우울증을 스스로 치료를 했다.
 

▲ 전경욱씨가 만든 한지 작품들
◆한지로 만든 작품 100여 개
전경욱 씨는 겨울에만 작품을 만든다. 취미로 만들기 시작한 작품만도 100여 개 된다. 한지로 만든 작품이 좋았는지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도 했다. 모두 만족했다. 그만큼 작품으로써 손색이 없다는 증거다.

큰 작품은 3일, 작은 작품은 하루면 전경욱 씨 손에서 작품이 탄생한다. 솜씨가 좋다. 마무리도 깔끔하다. 그래서일까 전경욱 씨에게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한지 공예를 배우지 않았어도 한번 본 물건은 다 만들 수 있다.

"큰 것은 3일 정도 걸려요. 한지는 7~8장이 들어가죠. 작은 것은 하루면 만들죠. 한지는 2~3장 필요하고요. 그런데 한지가 비싸요. 그래서 닥나무 껍질로 만들기도 하고, 다른 종이와 다른 재료로 만들기도 해요. 만드는 것은 똑같으니까요."
한지로 작품을 만드는데 도구는 필요치 않다. 양쪽 손이면 그만이다.
 
◆"배운다면 가르쳐 줄 수도 있어요"
전경욱 씨는 완벽한 것을 좋아할 것 같다. 그리고 어설프게 만드는 것을 원치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마무리 작업도 깔끔하게 처리한다.
이제는 혼자 만드는 것도 좋지만 한지 공예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려 한다.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지로 작품을 만들 때와 다른 재료로 뭔가를 만들 때 잡념이 없어져요. 배운다는 사람이 있으면 가르쳐 주고 싶어요."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눈대중으로 만든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새끼를 꼬는 방식으로 한지를 꼬아 만드는 작품. 전경욱 씨는 한지로 작품을 만들면서 올해 유난히 기나긴 겨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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