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안과 대안 이야기

▲ 학부모,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중
"어렵게 달려왔습니다. 청소년 수련관, 진안신문, 청소년지원센터 등이 없었다면 이런 교육은 힘들었을 겁니다. 첫 번째 강의부터 참여부모들의 항의도 받았습니다만 이남수 선생님의 영어교육과 이항근 선생님의 학교운영 이야기, 하종강 선생님의 노동자에 대한 가치관, 권도갑 선생님의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래에 대한 비관이 더더욱 오늘 이곳에서 교육환경에 애착을 두게 합니다.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행복할까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나누는 삶의 행복을 불편함이 우리에 주는 것을, 문화와 시각의 다양함이 존재함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하여 평화가 깃들게 하는 것에 모두 함께 같이해야 합니다."

행사의 주최 측인 나우교육연대 신귀종 대표가 발제로 시간을 열었다.
7일 저녁 청소년수련관 1층 강의실에 학교너머('학교너머'는 간디 청소년 학교가 만든 배움의 장으로 그 취지는 홈스쿨러들이 서로 도우는 체계를 만들어 개별 단위 '홈스쿨'의 어려움을 넘어서고자 하는 데 있단다.) '공감유랑단'의 청소년들이 같이 참여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발제 전 행사로 이들 중 5인이 짧지만 강한 공연으로 참여자들의 긴장을 풀었다. 자우림의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 브로컬리너마저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는 자유를 누리는 아이들과 잘 어우러지는 가사와 멜로디가 인상적이었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교육 이뤄져야
이들에게 자장면을 산다고 해서 환호성을 받은 이규홍 씨가 마이크를 이어 잡았다.
"우리 집 두 딸은 학교에 다니지 않습니다. 사회에서는 이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죠. 학업중단 청소년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곱게 이야기해서 그렇지 지진아 부적응아 등으로 치부하기 쉽습니다. 이들은 학교 안에서 배우는 것과 다른 것을 스스로 배우는 것뿐입니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치르는 평가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평가하는 교육과정에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어른들이 가진 것 같습니다. 이미 주입된 틀에 갇혀서 그 밖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금 세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주류'가 되려고 다수 실패자를 양산하는 꼴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조성되는 것이 입시교육의 현실이죠. 세상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진 자들의 힘이 점점 더 세지고 있기 때문이죠. 10년 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그 속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이 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들러리가 되느니 자신의 길을 찾는 삶을 살게 부모로서 바라봐줄 뿐입니다. 사회가 이들에게 기회와 배움의 장소를 제공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아이들의 재능 나누는 기회 줘야
세 아이의 부모이자 데미셈학교 강사인 길희자 씨가 긴장으로 떨리고 상기된 몸짓으로 말을 이었다.
"큰아들이 집에서 혼자 공부합니다. 둘째는 학교에 다니고 있고요. 큰애는 아주 어려서부터 곤충에 관심이 많았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투자할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집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택했어요. 관련된 학업활동을 스스로 수행합니다. 인터넷을 이용하고 책을 찾고 그림을 그리거나 블로그를 통해 자료를 교환하는 등의 활동이죠. 홈스쿨링은 학교가 안을 수 없는 아이만을 위한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면 그만인 것이죠. 공부는, 교육은 사람 사이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중에 기본은 가족 간의 관계죠. 홈스쿨링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이 이것이라고 생각해요. 집안일, 감자심기, 보일러 나무때기, 장작 패기 등의 집안일을 하는 등의 일등이 모두 배움이죠. 그리고 식구와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나눔. 다양한 재능을 가지는 아이들이 서로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행위가 이루어질 기회를 주기를 희망해요. 서로 상처를 보듬어주고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할 수 있는 사회적 부모들의 역할을 기대해요. 나를 이루고자 소비되는 많은 것들 희생되는 자원과 자연. 땅의 가치와 소중함을 몸소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 교육이었으면 해요."
 
▲ 윤일호 교사
◆아이들의 의지 빼앗지 말아야
학부모모임 때문에 뒤늦게 참여한 장승초등학교의 윤일호 교사가 말을 이었다.
"중앙 초 시절에 경험한 일입니다. 아침마다 일찍 출근하면서 화단과 쓰레기통이 넘어가 있고 유리창이 깨져 있고 소주병과 담배꽁초가 나뒹구는 현장을 경험합니다.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하루. 이틀. 화가 나더라고요. 결국, 범인을 잡으려고 두 번씩이나 경찰에 신고했죠. 범인은 안 잡히고. 6학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중학생 3명의 단서를 잡았습니다. 그네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좋게 타일렀습니다. 그 아이들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합니다. 초등학교조차 그렇습니다.? 공교육의 역할이 도대체 무엇일까. 학교가 학생을 보듬지 못하면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할 게 없고 지치는 아이들은 결국 그네들끼리 '풀기 위해' 모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웁니다. 장승 초에서 한 달이 지났습니다. 편해졌습니다. 물론 일은 늘어났습니다.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죠. 내가 생각하던 학교의 모습 속에서 교사생활을 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아이들이요. 공부를 많이 안 하니 좋은 모양입니다. 좋고 싫고 개인이 느끼는 차이는 있겠죠. 솔직히 힘들어요. 우리 학교 선생님 중에 전교조 2명입니다. 나머지는 교총소속이죠. 주변에서 전교조, 빨갱이 등의 단어로 학교를 몰고 갑니다. 어렵습니다. 고생하려고 들어간 교사분들한테 미안합니다. 대접받지도 못하는 곳인데 온갖 특혜에 대한 소문이 돌고. 이런 것이 혹시나 아이들에 대한 의지를 빼앗을까 두렵습니다."

진안여중의 오명자 교사가 한마디 거든다.
"이곳 상황 별로 안 좋아요. 신임교사들 대부분 1등급 학생출신입니다. 그들이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요. 게다가 부모들에게 사랑받고 자라야 할 아이들 반수 이상이 가정환경이 받쳐주질 못해요. 이런 상황을 아는 것이나마 다행한 일이죠. 전주였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기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180명 정도이니 가능한 일이라는 거죠. 한 학부모가 찾아왔어요. 아이가 정서불안이라고. 왜 그러냐고 했더니. 담임이 만날 바뀐다는 거여요. 임신해서 나가고 전근 가고 그래서 아이가 애정을 붙일 만하면 떠나고 하니까 상실감에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는 것이죠. 뭐라 그랬게요. 학부모님은 그럼 뭐하셨느냐고 했어요. 그 아이들 학교에만 맡기는 것은 부모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거죠. 생각 있는 부모라면 학교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찾아와서 교사와 대화도 나누고 해야죠. 그래야 학교도 바뀌고 하는 것 아닐까요. 교장선생님 교사들이 조언하는 것은 안 들어도 학부모가 이야기하면 절절맵니다. 학부모가 나서야 지역의 학교도 바뀌는 겁니다. 장승초등학교 좋죠. 그럼 그 학교의 6학년 아이들은 어쩔 겁니까. 6년 지내는 애들도 있지만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아이들도 있는데 어쩔 거냐는 거죠."
 

▲ 학부모,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중
◆소통과 손잡기, 부모교육의 큰 성과
발표자들의 발표가 끝나고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교과과정에 대한 비판과 교사들의 역량발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교사는 교육청에서부터 지침이 내려오고 꼬박꼬박 평가를 거쳐야 하는 학교운영 현실을 한탄한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농민이 나서 "오늘날 의식 있다는 여러분은 감히 아이들에게 노동자임이 자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엔 장내가 침울한 분위기였다. 누구나 노동자임을 인정하더라도 고급과 저급으로 엄청난 계급 차를 느끼게 하는 급여차이가 주장을 무색하게 할 것이 뻔한 일이었다. 무엇을 위해 교육연대는 필요한 것일까. 작은 지자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 현실의 개혁이 절실함을 동의하게 하는 자리였다. 고개 끄덕이기, 소통과 손잡기. 이번 부모교육이 이루어낸 성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