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김 진 경희대 객원교수, 진안군체육회 상임부회장

중앙일보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함께 '세(稅)금 감(監)시 잘해야 일류 시(市)민 된다'는 말을 줄여 '세감시-시민과학수사대'를 발족시켰다. 지자체들의 세금 낭비를 감시하기 위해 이석연 前 법제처장을 단장으로 전문가그룹을 위촉한 것이다. 한데 그러한 세감시 활동이 필요한 이유로 진안의 고사분수를 예로 들었다. 지난 5월25일 중앙일보의 기사내용을 그대로 옮기자면, <'최초·최대'라는 허영에 집착하다 헛돈 쓴 전북 진안의 고사분수대>라고 기사화했다. 진안의 주민으로써 참 낯부끄러운 일이다. 한데 지난 주 진안신문에 상전 고사분수의 운명이 고철로 처리될 처지라는 기사를 보니 하인리히법칙이 떠올랐다.
 
* 하인리히법칙
미국의 <트래블러스>라는 보험회사의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하고 있던 하인리히는 업무 특성상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다. 많은 산업재해의 사례를 분석하던 그는 하나의 통계적 법칙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산업재해로 인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명이 경상을 입었고, 같은 원인으로 300명이 부상을 당할 뻔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정리한 법칙을 <하인리히법칙>이라고도 하고, 1:29:300법칙이라고도 부른다.

즉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것이다. 이는 큰 사고가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었거나,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들이 발생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데 근래에 하인리히법칙은 노동현장에서 재해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나 재난, 또는 사회적·경제적·개인적 위기나 실패와 관련된 법칙으로 확장되어 해석되고 있다. 즉 예방적 차원에서 보자면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즉시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 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원인을 찾고자 할 때는 한가지의 큰 실패 뒤에는 29가지의 문제들이 있었고, 300가지의 작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논리도 성립되는 것이다. 하인리히법칙에 따르자면 40억 원이나 투입된 사업이 고철처리라는 큰 실패로 끝났다면, 이런 군의 정책결정과정에는 29가지의 문제점과 300가지의 작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것이 2005년의 결정이었다 치더라도 당시의 조직과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진안군에서 '전임 군수 때 일이고, 사업추진 실무자들도 모두 자리를 옮겼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해서는 안 될 일인 것 같다.
 
* 공복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 군민은 길을 잃어
거의 같은 시기에 진안군 수영장 건립이 추진되었었다. 한데 연간 1~2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계획을 취소했었다. 만약 6년 전에 '최초·최대'라는 허영에 빠진 전시적인 사업 대신 40억 원을 들여 수영장을 짓고, 연간 2억 원씩의 고사분수대 전기료로 수영장을 운영했더라면 진안군민들의 건강이나 삶의 질은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최근 들어 지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진 않지만, 뒤늦게 고사 분수를 찾는 이들이 있다. 세금을 낭비한 교육사례가 되어 타 지자체 공무원들이 견학 온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교육원에서도 예산낭비 사례로 교육한다니 전국적인 망신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6년이나 지난 실패한 사업에 매달려 있을 수만은 없다. 문제는 그러한 실패가 어느 부분에서부터 잘못이 이루어졌고, 진행과정에서 왜 그러한 오류가 걸러지지 않았는지 이면의 시스템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주민의 표로 결정되는 선출직군수라는 점은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또 앞으로도 얼마든지 선출직군수는 주민들의 관심을 끌 전시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한데 그럴 때마다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다든지, 또는 이러한 정책실패에 대해서 책임지는 시스템이 없다면 그것이 큰일이다.

그렇다면 언제든지 이러한 오류는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선출직군수의 부하이기 전에 나라의 녹을 먹는 군민의 길잡이다. 만약 그들이 자신의 안위만을 돌보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군민들은 길을 잃는다. 하루빨리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벗어나 진안군의 명예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모든 공복들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