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풀어놓은 아이들의 이야기

▲ 6박7일의 일정. 걷기가 주요 행사였다.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을 포함한 '산길과 물길 걷기', 4대종교를 둘러보는 '종교와의 소통', 시인도 만나고 음악회도 참여하는 '손에 손잡고', 마을에서 마을로 향하는 '마을너머 마을로, 게다가 로컬 푸드와 공정여행의 만남까지…. 짜여진 프로그램에서 어른들의 의도와 바람을 충분히 읽을 수가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땠을까. 의식보다는 몸으로 먼저 느끼고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우선인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트레킹 코스에 슬리퍼를 신고 올랐다가 미끄러져서 상처를 입은 아이,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면서 선생님에 대한 신뢰의 깨짐을 확인해야 했던 아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한 모둠으로 이루어진 구성원들 챙기는 것도, 다시 돌아설 수 없는 길을 긴 시간 나아가야만 하는 상황에서의 작은 물 병 조차도 아마 무거운 짐이었을 것이다. "교훈이나 의미를 파악하기 보다는 오히려 힘들고 쉬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계속 길을 잃어 조끼리 같이 가는 팀워크도 깨졌고 애들에게 미안하고 책임질 수도 없다."며 힘들었던 상황을 토로하는 아이. "갑자기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하는데 순식간에 뒤에서 앞으로 1등을 하게 되었다. 그때의 희열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며 나름의 위안을 갖는 아이. 그러나 그 퍼즐 조각은 결코 짧지 않은 여행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상당히 괜찮은 그림으로 완성된 듯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4대 종교를 한군데씩 둘러보면서 자신의 종교만 귀히 여기고 다른 종교의 가치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성향이 강한 것에 대해 많이 성찰해 보는 시간들이 되었나 보다. 한 아이는 "다른 종교는 다 안 좋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남들과 똑같이 정중하며 정겹고 행복한 종교들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서 나는 어느 종교든 하나로 뭉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느꼈다."라며 나름의 귀중한 인식전환의 경험을 표현한다.

고정관념에 대한 생각들을 되짚어 보게 한 안도현 시인이나 신귀백 영화 평론가와의 만남 또한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생각으로 안내해준 귀한 발걸음이 되었다. "고정관념은 너무 진부하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것이 아닌 소박한 것으로 탄성을 일으키는 것이 진정한 고정관념 타파가 아닐까?" 안도현 시인을 만나고 난 뒤의 소감이다.

낯선 아이들과 나이를 넘어서서 한 모둠으로 묶어놓으니 처음엔 서먹서먹하고 불편했던 관계가 '더 보살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든지 '힘든 산행인데 초등학생들한테는 무리인 것 같다'며 걱정을 하기도 하고 '깊게 만난 친구는 잊어지는 게 아닌 것 같다'며 결코 얕지 않은 5박6일간의 우정들을 드러낸다. 신귀종 (나우교육연대 대표)씨는 "큰 아이들이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을 참 잘 챙겨 줬어요. 어찌나 기특한지…"하며 흐뭇해한다.

다섯 째 날 '느티나무 앙상블'과 함께한 마지막 밤은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가슴 속에 스며드는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 빠르게 촬영을 한 김성식 선생님(데미샘 교사) 덕분에 음악회 내내 5일 동안의 영상들과 함께 했다. "5일 동안 체험한 활동들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면서 부드럽게 흐르는 노래가 한층 그리움을 더 해주었다. 무료로 활동해 주신 느티나무 앙상블 단원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이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아이의 눈에는 아마도 별이 떴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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