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에 만난 사람 … 김용희 주천 장등마을 이장

▲ 김용희 이장
여러 명이 동시에 한마디씩 했다. 아예 제목을 '이주에 만난 사람들'이라고 할까?
9월을 하루 앞둔 날, 오후인데도 볕이 뜨거웠다.
인터뷰자리가 아니었다. 여태껏 대상은 한 명이다. 그의 곁에는 대여섯 동네 분들이 함께 했다. 다리를 놓은 주천면 이장협의회장과 함께다. 어딘가로 연락하시더니 몇 명이 더 합세했다.

마을에서 냇물을 건너갔다. 다리의 한쪽 기둥에는 '장등교'를 새긴 돌이 박혀 있었다.
10억의 예산으로 마을입구에서 주자천을 건너는 장등교를 놓게 되었다고 했다. 건너편에는 논도 있고 큰 정자나무와 평상들을 둔 공지가 보였다. 많은 관광객이 건너편 정자나무 그늘아래 놓인 평상을 이용했다. 평상은 대부분 사례와 다르게 개인이 아니라 마을의 명의다. 올해 이장님이 맡아서 관리했다. 50만원의 수익. 마을기금으로 들어갔다. 마을기금을 모으면 나무를 더 심어 쉼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네어르신들이 맞장구를 쳤다. 모두 "이장이 잘 해서 이루어 놓았다"고 했다.
 
◆마을 앞 하천 정비, 주민들의 숙원
김용희(70세) 씨가 이장이 된 것은 지난 2008년 정초의 일이다. 과거 이장들이 이루지 못한 일을 이루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에 앞장서겠다고 생각했다.
마을 앞 '장등교 건설'은 가장 대표적인 그의 치적이다.
마을 숙원사업이 남아있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마을 건너편 위치에서 삼거리 노적봉까지 잇는 포장도로를 내는 것이었다.

"관광지로 편입해 이곳을 활성화시킬 일이다"
또 하나 있었다. 마을앞 하천의 곡선구간이 너무 좁아 매년 홍수 때면 물이 넘는다고 했다. 병목현상이라는 것. 장마 때면 물이 넘치는 곳이니 공사를 해서 넓혀야 한다고 한다. 군 의원, 군수에게 이야기해도 소용없다고 했다. '기자님'이 잘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마디씩 한다. 퇴적물이 쌓여서 하천 폭이 좁아진 곳이다. 준설하면 일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 곡선구간이라 또 좁아질 일이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미루기로 했다. 내가 직접할일은 아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내려갔다. 몇 컷의 사진을 찍는 동안 주민들은 다시 자리를 떠 원래 있던 곳으로 향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면사무소에 종종 들르게 된다. 자주 만나는 분이 몇 명 있다. 그중에 한명이 바로 김용희 이장이다.

"거의 매일 내려가요. 일이 있으면 몰라도 농사도 별로 안짓는데 면사무소 가서 이런저런 정보도 얻고 주민들 동향도 전해주면 좋지요."소통의 철학. 빈번한 만남은 친분을 낳고 친분은 곧 부탁을 어렵지 않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역대이장 중 최고"라는 한 주민의 말도 쉬이 와 닿는다.

주민중 어려운 이를 적극적으로 돕는 데에도 앞장섰다. 자신의 차로 이웃을 병원에 데려다주는 일은 흔한 일에 속한다. 몸이 불편한 이 모 씨(65세)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수급자 지정을 받는 데에 서류 등을 처리하기 위해 앞장서고 병원비를 지원받기 위해 군청도 드나들었단다. 결국 어려운 형편에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생업에 바쁘다보면 주변은 신경쓰기 힘든 때다. 인심이 살아있는 마을에서는 이웃의 어려움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때 가장먼저 나서는 이가 이장이다. 그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쉬운일은 아니다.
짧은 인터뷰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어졌다. 희생하는 것도 주변에서 알아주여야 힘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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