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 운일암반일암이라 추정되는 영화의 한 장면.
"어디에서 나올까?"
한밤중 쇼핑몰의 불은 꺼지고 셔터도 닫혀 적막하다. 극장도 하루를 정리하는 직원의 손길이 분주하다. 영화보기 위해 기다리는 관객은 몇몇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젊은 연인들이다. 한밤중에 시작해 날짜를 넘기며 관람하는 인원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끊임없이 회사의 물건을 홍보하는 영상이 흐른다. 그 시간에 영화에 관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하였다. 검색어는 "영화촬영지"다. 그러는 동안 객석에는 꽤 많은 인원의 관람객이 좌석을 채운다. 의외의 숫자에 놀랐다. 인기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누적관객이 439만 2413명(29일)에 이른다. 올해 최고흥행작인 '써니'를 넘는 속도라 한다.

최종병기 활은 지난 10일에 개봉한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활극이다. 활을 쏘는 주인공 둘의 대결을 밀도 있는 영상과 속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용'보다 '어디서 촬영했느냐'를 찾았다. 이유는 일주일 가까운 기간에 내 고장 운일암반일암에서 촬영한 '그림'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3월28일 기사참조)
허무한 짓이었다. 그 긴박감 넘치는 액션과 심리묘사에 빠져야 할 시간 동안 오직 주인공이 딛고 서 있는 배경만을 분석하는 짓이라니. 결국, 영화 중반에는 포기하고 말았다. 주 배경인 편백나무 숲과 포천 비둘기낭 폭포 등이 확연히 눈에 띌 뿐이다. 수십 개의 블로그와 영화 관련 사이트를 검색했지만, 어디에도 영화와 운일암반일암과의 관계를 짚는 글은 없었다. 유일하게 기자가 진안신문에 쓴 기사만이 관계의 끈을 구걸하는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이곳 같다'는 느낌이 온 장면은 있었다. 호랑이가 등장하는 신인데 영화관계자와 인터뷰 때 "호랑이가 나오는 깊은 계곡"이라는 말이 있었다. 기사엔 당시에 영화촬영 담당의 엄포에 고소라도 당할까 두려워 '호랑이'라는 표현은 빠지고 000으로 처리되었다. 커다란 바위 위에 그래픽 호랑이가 떡 하니 등장하는 모습. 커다란 바위 위였다. 호랑이와 배경을 그래픽으로 처리했다.
로케이션(촬영지)을 확인하려면 자막 끝까지 기다려야 한다. 관객 대부분이 나가고 난 뒤에도 앉아 기다렸다. 날 보는 직원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퇴근을 늦추는 관객에 시위했다. 자막은 꽤 길었다. 결국, 어그적 거리며 퇴장했다. 자막은 계속 오르고 있었다.

영화가 성공하면 영화촬영지도 관객의 입방아에 오르게 되어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장소를 알리려고 팻말을 꽂아 십 년도 지난 영화를 상기시키려 애를 쓰기도 한다.
촬영장소를 제공하고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편의를 제공한 지자체. 진안군은 편의만 봐 줄 것이 아니라 적당히 얻을 것을 찾아보아야 했다. 완주군 상관면 편백숲에서 촬영하기 위해 허락을 구하고자 애썼다는 이야기는 그곳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블로거들은 그곳을 찾아 다녀왔다는 자랑질로 조회 수를 높이기도 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영화촬영지로 제공해놓고 면 공무원외에는 어느 곳에서 촬영했는지도 모를 정도다. 오히려 만들어서라도 소문을 내야 하지 않을까. 일단 촬영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느 컷에 들어갔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광지 안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어떨까? "아, 이곳이 그곳이구나." 너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저 바위에 지나지 않았다. 영화가 붙으면서 '그때 그곳'이 될 것이다. 틀 때마다 전기를 하마처럼 먹는 인공폭포 옆, '인삼 주고받는 동상'보다는 비용대비 효과도 훨씬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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