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심경만 진안군의사회장

저번 호에 이어 이번에는 분만과 관련됐던 기사 글에 대해 말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필자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집에서 산파할머니가 받아주어서 세상에 나왔다고 합니다. 의사가 된 이후로 저는 이 사실에 대해 참으로 행운아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무사히 세상 빛을 보았으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은 병원이 출생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제 동생들 역시 산부인과 병원이 출생지가 되었고, 특히 바로 아래 동생은 소위 말하는 '팔득이'였고 제왕절개술을 통해 무사히(!) 출생하였습니다. 물론 한동안 인큐베이터에 신세지기도 하였고요.

그런데 병원이란 곳이 주는 이미지도 이미지려니와 실제 병원에서 행해지는 분만행위가 말씀드렸던 의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표준화가 되다보니 이런저런 많은 불편함과 더불어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 불만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의료진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문제(오류)와 더불어 의료인이 아닌 자로서 모든 것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한계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하고 말씀을 이어가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의료진의 도움 없는 '나홀로 분만'은 일반화될 수 없는 매우 위험한 개별 사례입니다. 예전에 우리 할머니들은 분만 전에 댓돌 위의 신발을 가지런히 하였다죠. 살아서 다시 못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답니다. 그만큼 사망의 위험이 높았던 것이 분만이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산모뿐만이 아닙니다. 출산 시 신생아의 경우 사고로 인해 장애가 남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들은 현대의학의 혜택 속에 생로병사(生老病死)하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어쩌다 할머니들에게서나 한번쯤 들어봄직한 먼 옛날의 얘기가 되었지요. 분만과 관련된 산모나 신생아의 사망은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해 획기적으로 감소하였음은 굳이 세계보건기구(WHO)나 개별국가의 통계자료가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죠. 아직도 아프리카나 남미의 가나한 나라는 예외라는 것도 시사하는 바기 크다 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술된 이러저러한 경험과 주장에 대해서 일일이 말씀드리는 것은 저의 진료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려니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기에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의료수가의 문제입니다. 아이를 기르시는 엄마, 아빠들 즉,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경험하셨겠지만 막상 출산 후 퇴원 시에 지불하는 병원비를 보고 놀라셨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싸다는 얘기입니다. 속된 말로 집에서 기르는 애견의 분만비용보다 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적은 것이 사실이지요. 즉 낮은 의료수가의 문제입니다. 이런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많은 산부인과 병원들이 출산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원가이하의 의료수가 (아마 원가의 70%이하일 것입니다)문제로 인해 전국적으로 50% 이상의 산부인과가 위험부담은 크고 적자만 불러오는 분만실 운영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진안의 산모들이 굳이 전주에 있는 병원으로 힘겨운 왕래를 하는 것입니다. 즉 악순환의 연속이고 그로인한 실제적인 피해는 우리 진안같은 군 단위 산모들이 겪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실제로 우리 진안 같이 분만 가능한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없는 시,군,구가 2010년 통계로 44곳일 정도입니다. 현명한 독자시라면 관점과 입장을 떠나 이 문제의 본질에 대해 최소한 공감해야할 사실이기에 굳이 말씀드립니다.

이상으로 굳이 반론이라 이름붙이고 싶지 않은 저의 글을 마치려 합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첫째,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우리의 현대의학도 아직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 아니고, 여전히 변화발전하고 있는 과학의 한 분야이다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이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해갈지 제대로 알 지 못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현대의학은 훨씬 더 많은 것을 밝혀냈고 지금도 세계 곳곳의 의학자들이 밤낮으로 인체의 신비와 질병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즉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해도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또한 알아가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 부탁드리는 것은 이상의 저의 글을 '관련업자의 비난'이 아닌 '전문가의 비판'으로 보아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우려 때문에 주변 원장님들이 저의 이번 글쓰기를 말리셨을 것입니다. 모쪼록 원글을 올리셨던 분이나 관련되신 분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의 오해가 없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다시 한번 진안군민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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