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14일 아침 뉴스채널을 보니 미국에 간 이대통령기사가 비중 있게 보도되고 있었다. 물론 국빈자격으로 방미한 대통령이니만큼 그 나라에서 환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또 그걸 보도하는 언론은 제 일을 다 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좀 이상하다. 한껏 분위기를 띄운 뒤에 미국 상하 양원에서 한미FTA 비준 통과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그리고는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한미FTA 비준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부추긴다. 모모 단체들의 비준안 조속통과 입장을 자세히도 소개한다. 하지만 한미FTA의 독소조항이나 불평등 조약이라는 반대 측 입장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다.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데 그 반대 입장의 내용을 심층보도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참여정부시절에 한미FTA를 체결했으니만큼 민주당은 한미FTA 비준안 통과에 협조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논평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현 정부 들어 굴욕적인 재협상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예 무시하거나 묵살한다.

방송뿐만 아니라 오늘자 조중동 등 주류언론들의 보도태도도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모자라지 않는다.
우리 정부나 주류 언론들은 한미FTA가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몇 안 되는 진보언론은 미국 현지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미국 스스로 경제후퇴와 일자리 부족으로 곤란을 겪는 나라가 한국이 예뻐서 한국에게 자국 시장을 내주기 위하여 한미FTA를 발효시키지는 않았을 것임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안이다.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미국이 비준에 맞춰 낸 '한미FTA 협정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는 "상품 관세는 한국(6.2%)이 미국(2.8%)보다 2배, 농산물 관세는 한국(54%)이 미국(9%)보다 6배 이상 높아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수출길이 활짝 열린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이 연평균 110억 달러, 국내총생산(GDP)은 12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은 한미FTA가 초래할 부작용을 우려했다. 한미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 등에 제소할 수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다. 이럴 경우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미국을 이길 것인가? 결국 미국 투자자가 한국에 진출할 때 중요한 보호를 받지만, 한국 투자자는 미국에서 미국 투자자를 초과하는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보는 업종은 농업 분야다. 한미FTA로 인한 농업 피해액은 발표 6년차에 7,279억 원, 10년차가 되면 1조1,362억 원, 15년차에는 1조8,046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농산물에 이어 미국의 값싼 농산물까지 밀려오면 우리의 농업은 그야말로 쑥밭이 될 염려가 크다.

의료분야도 대표적인 한미FTA 피해 업종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는 한미FTA 발효 후 국내 복제의약품 생산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686억~1197억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복제약이나 개량 신약은 출시가 어려워져 환자들의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영상산업도 압도적 우위에 있는 미국에게 대문을 열어주면 미국의 독무대가 될 염려도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영상산업이 고사될 위기에 노출된 것이다.

참여정부시절 체결한 한미FTA에서는 그나마 자동차산업에서는 얻은 것이 있었지만 재협상과정에서 대폭 양보하여 껍데기만 남아버렸다고 한다.
이런 중차대한 국익이 걸려있는 문제라면 당연히 언론이 균형을 가지고 심층 보도해줘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장악당한 방송들이나 한통속인 주류신문들의 이런 엄연한 사실에 대하여도 외면하거나 왜곡이나 일삼고 있음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일까?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