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심경만 진안군의사회장

10월 10일 진안신문에 실린 이훈희 님의 "안전한 예방접종이 필요한 시대"란 글을 보고 황망한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미리 말씀드릴 것은 저는 당연한 상식을 가지고 이것저것 트집잡고 흠집내는 식의, 논쟁이라 하기에도 부끄러운 논쟁을 위한 논쟁은 극도로 싫어합니다. 또한 독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요. 굳이 제가 오늘 글을 올리는 것도 전문가로서 최소한의 책임를 피하지 말자라는 소명의식의 발로임을 분명히 하는 바입니다.

먼저 결론부터 여쭙겠습니다. 그렇다면 예방접종을 하지 말자는 건가요? 과연 이훈희님이 주장하시는 "안전한 예방접종"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제가 읽어보기에 다행히 예방접종을 하지 말자는 과격한 주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안전한 예방접종이란 단지 부작용에 대해 미리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인가요? 단지 그 정도 주장에 굳이 이런 글을 기고하실 것 까지야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제 하나씩 말씀드리며 또한 여쭙도록 하겠습니다. 단 굳이 일일이 설명하고 반박하지 않을 것임을 전제합니다.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본질적인 것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제 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시었고 게다가 무리한 확대해석을 하셨습니다. 제 글은 예방접종은 꼭 필요하다는 글이었습니다. 내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것은 내 아이만이 아니고 다른 아이에게도 건강상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당연한 말이었고요. 이훈희님은 "과연 그럴까요?" 라고 부정적으로 물으셨습니다. 제 답은 역시 "그렇습니다"입니다. 이건 단지 제 생각(!)이 아닙니다. 세계의 모든 보건기구가 주장하고 모든 의학교과서에 적혀있는 예방접종을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인 것입니다. 더구나 오늘 다시 최초의 기사를 읽어 보았습니다만 거기에는 분명히 이훈희님이 말씀하시듯 안전한 예방접종을 하겠다는 의지가 아닌 예방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고집밖엔 없었습니다. 결국 이훈희님이 말씀하셨듯이 "안전한 예방접종을 하겠다"라는 단순한 의지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해당 기사를 다시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둘째. 이훈희님께서는 무리하고도 애매한 주장을 하려다 보니 본질에서 벗어나거나 침소봉대하는 사실을 예로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항생제 관련 예는 불필요한 흠집내기요, 타미플루의 예는 공포와 불신을 조장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OECD 최고 수준의 교통사고 사망률 때문에 차를 타거나 길을 걷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요? 혹시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과연 사람들은 그분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하물며 타미플루는 신종플루의 예방이 주목적이 아닌 중요한 치료제인걸요. 오히려 예방약으로 남용할 경우 내성의 문제가 생기는 지라, 2년 전 신종플루 유행시에도 의사들은 신종플루라는 확신이 서기 전에는 함부로 처방치 않았던 약입니다. 당시 타미플루를 처방해 달라는 환자 분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셋째. 의사라는 직업군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것은 곧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듯 합니다. 물론 그럴만한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편견입니다. 모든 의료행위와 처방에 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의사입니다. 그런 만큼 의사들은 본인이 한 처방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것의 득과 실, 예상되는 부작용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요. 의사란 소위 말하는 건강과 질병에 관한 전문가 아닌가요? 이훈희님 말씀에는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세상의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필요하게 과도한 불신의 결과는 과연 어떠할까요? 그런 점에서 필요 이상의 불신은 누구에게도 결코 도움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국민이 진안군민이 땀 흘려 생산한 농작물에 쓸데없는 불신을 가지고 있다면 농사의 전문가인 우리네 농민들 마음은 어떨까요? 물론 전문가 집단에도 이러저런 문제는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방법은 이것과 저것을 분리해 사고할 줄 아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리 부모가 못났기로서니 부모는 부모인지라 자식으로서 해야 할 도리는 있듯이 말입니다. 더구나 그런 위험한 불신과 편견을 진안군민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진안신문'이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주장하고 전파시키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것입니다. 과연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생긴 이웃집 아이들의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질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이훈희님의 글은 어디에도 예방접종을 거부하자는 말씀은 없으시나 전체적인 문맥상 자칫 예방접종을 하지 말자는 말로 곡해될 수 있는 위험의 소지가 있음을 염려합니다. 그런 주장이 아니고 하물며 그렇게 읽히지도 않을 것이라면 일개 전문가의 기우였음을 인정하는 바, 미리 사죄드립니다. 끝으로 저뿐만이 아닌 이 땅의 모든 의사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이웃집 아이 현욱이가 오늘 내원하여 접종받은 것과 동일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답니다.
진안군민 모두의 건강을 기원 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