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이(69, 동향 학선리 을곡)

하늘나라에서 잘 개시지요. 아버지가 항상 거립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언니, 동생 대리고 *재운하시고, 나 혼자 남겨 두고 가셔서 매일 눈물로 세월을 보냈지요.

내 나이 다섯 살에 아버지, 어머니 떨어져서 으덕개 사랐는지…….
*유교사변이 난는데, 피란도 다니면서 밤에 잠을 자면 인민군들이 "동무, 동무"하면서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지름병에다 이불솜을 떠더서 불을 잡고 앤 집을 다 뒤지서 쌀이며, 옷이며 다 가지가고, 사람도 자바가고, 이재까지 내가 사라나마 있는기 아버지가 도아주셔서 사라있지요.

하늘나라에서 어머니하고 *이성에서 못다한 세월 하늘나라에서 만나서 오래오래 사세요.
나는 어려썰때 못 한 공부를 이재 행복한 노인학교에 다니서 이르캐 글을 썸니다.
아버지가 저 시집간다고 날 바닸는데, 아버지 을굴도 몰랐는데, 내 꿈속에서 아버지를 보앗지요.
아버지가 내가 시집간다고 하면서 노란 수건을 목에다 글어 주셨지요.

그래서 내 나이 열여들에 시집와서 아들, 딸 오남매 나서 잘 자랐습니다.
아들 딸 다 결혼식 다 해서 손자 손녀 다 나서 잘 자랐습니다.
아버지 이재 내가 글 배아서 아버지 생전에 못 불러바서 글로 썹니다.
그리고 아버지.

아시욱개도 내 동반자가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시지 마세요.
저는 행복한 노인학교에 다니면서 재미있개 삼니다.
아버지 하늘나라에서 편하개 개세요.
  
*재운: 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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