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홍 주천면 무릉리

제겐 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동여매고 학생들을 제 살붙이보다 더 끔찍하게 여기며 가르치는 비정규직 교사입니다. 그리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맑은 웃음과 행복을 전해주는 일을 기쁨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행복의 전령사이기도 합니다. 그런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가 제 스승이기도한 친구입니다.
멀리 살고 있어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전화로 이메일로 그 친구는 저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에게 연신 밝은 기운을 보내주곤 합니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아주 사교적이고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을 지녔다고는 생각지는 않습니다. 스쳐 지날라치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깡마른 외모에 그저 차분하게 남의 얘기를 들어주고 베려하는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사람일 뿐이지요. 더욱이 그 친구가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가 남보다 덜해서 그토록 여유를 부리며 사는 건 아님을 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친구가 내뿜는 샘물 같은 행복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돈을 주고 매일매일 사서 충전을 해가지고 쓸 수도 없는 일일 텐데요.
하루는 격정적이기만 하지 온기가 없는 제 삶을 안타까워하던 그 친구가 작은 모임이 있는데 함께 참여해 볼 테냐고 제 의사를 물어왔어요. 평소 궁금한 게 많았던 저는 이참에 그 친구의 속내와 그 허영 같은 에너지의 뿌리가 어디인지 확인해 볼 요량으로 흔쾌히 그러마고 답을 했습니다.
모임장소로 전해 듣고 찾아간 곳은 계룡산 자락에 있는 어느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꾸물거리느라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저를 여러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주었지요.
개중에는 이전부터 안면이 있던 이들도 더러 있어서 그리 서먹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 때 훤칠한 키의 오십대쯤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시원스레 웃으며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이는 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합장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얼결에 마주 인사를 드리고 있자니 친구가 자기가 마음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분이라고 넌지시 소개를 합니다.
그전부터 이름으로만 전해 듣던 양반을 처음 보게 되었는데 첫 만남이었지만 낯설거나 서먹하지가 않았어요. 그이에게서 풍기는 겸손한 자세와 너그러운 웃음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그리 넓지 않은 방에 열서너 명이 옹기종기 둘러앉자 친구의 선생님(지금은 저도 이분을 선생님이라 여기고 있는데 선생님은 한사코 당신은 제자를 둔적이 없다고 우기십니다)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중간 중간 명상을 함께 해가며 눈빛을 맞춰가며 조용한 음성으로 선생님이 들려주시던 이야기는 우리가 ‘참나’를 찾고 ‘참 행복’에 이를 수 있는 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되지도 않는 자격과 글재주로 구구절절이 설명을 드리느니 그 날 들었던 이야기가 담겨있는 글이 있어 옮겨 보겠습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꼭꼭 씹어가며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밑져봐야 한 이십분의 시간이겠지만 그리 손해 볼 일은 아닐 성 싶네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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