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단임제나 선출보직제가 필요한 이유

/이상훈 본지편집위원장소수 셋째 자리까지 아주 정밀하게 측정하는 점수가 있습니다. 아주 정밀도를 요구하기 위해서일까요? 혹 어떤 분은 우주선 만드는데 필요한 계산이나, 천체를 관측하는 계산에서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절대 아닙니다. 이것은 교사가 승진하기 위하여 필요로 하는 끝자리 점수입니다. 혹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이 점수를 따기 위하여 교사들은 필사의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초등과 중등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없습니다. 한 학교에서는 다른 사람과 자기가 함께 승진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살벌한 ‘전쟁’이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자기가 승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주저앉혀야 하는 현실, 그것은 소수점 셋째 자리부터 시작합니다. 비참하게도 교직에서 승진하기 위하여 갖은 점수가 필요한데 그 자리에 0.001점부터 시작합니다. 생각해 볼까요?농촌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도시와 다르게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출?퇴근전쟁, 많은 업무량, 심지어는 신입생유치까지 동원되어야 하는 현실이니까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학생들은 위한다는 명분에서는 거리가 있습니다.도시로 가지 않고 농촌지역에서만 근무지를 옮기는 이유 중 하나가 승진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소위 농어촌 가산점을 따기 위해서죠. 그래서 도시지역에 비하여 농촌지역에 승진하려는 교사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학교 내에서 승진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될 턱이 없지요. 그래서 학부모들은 불안하여 농촌을 떠나가는 것은 아닌지요?요사이 교직사회에서는 인사를 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하는 시기입니다. 인사서류에는 승진자도 함께 제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승진을 준비하는 교사는 서류를 제출하는 순간까지 소수 셋째자리까지 계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쟁자의 점수를 파악하기 위하여 안절부절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때가 되면 학교마다 연구(시범)학교를 하기 위하여 치열한 로비가 펼쳐집니다. 마치 연구(시범)학교를 하면 학생들의 실력이 좋아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학부모가 있으면 오해를 푸시기 바랍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승진을 위한, 승진자를 위한 연구(시범)학교라 생각하면 쉽습니다. 승진 점수가 걸려 있으니까요. 정말로 안타까운 풍토이지요. 특히 매년 2월에 있는 교원인사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용담중과 송풍초등학교입니다. 갈 수만 있으면 용담중과 송풍초로 가고자 합니다. 왜 이토록 선호하는 것일까요? 벽지여서 승진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학교를 옮기는 이유가 학생을 위하여가 아니라 승진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승진하느냐고 물으면 당당히 수업하기 싫어서라고 대답하는 교사도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풍토는 진안지역만이 아니지만 이에 대해서는 승진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교장 단임제나 선출보직제가 그 대안이며 교사뿐만 아니라 교장까지도 평가제를 도입하여야 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교직사회에 대한 믿음과 교사에 대한 존중하는 풍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평교사라 하여도 교직사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소수 셋째자리까지 점수를 계산하고 게시는 선생님께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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