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홍 정천우체국장

정치의 계절이자 선거철이던 5월이 지났다.

큰 태풍이나 악천후가 지난 뒤 천지가 조용하듯 세상이 적막해졌으나 어떤 정당은 상상을 넘는 참패로 자중지란의 지경에 있다는 보도를 접한다. 민심을 잃은 정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요즘의 정치판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원하고 바라는 정치는 요순(堯舜)의 정치라고 한다. 다른 말로 왕정(王政)이라고도 하고 왕도정치(王道政治)라고도 하는 요순정치는 어떤 것일까? 다산의 짤막한 논문, 「원정(原政=정치란 무엇인가)」이라는 글에서 ‘왕정’이 어떤 것인가를 아주 요령 있게 설명하고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올바르지 못한 일을 모두 올바르게 바로잡아주고 불균등한 일을 고르게 정리해주는 정치가 왕정이라 해석하고,  간단하고 선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왕정이 없어지면 백성들이 곤궁해지고, 백성들이 곤궁해지면 세금이 많아지고, 세금이 무거우면 민심이 떠나고, 민심이 떠나면 천명(天命)이 가버린다. 그래서 급히 서둘러야 할 일이 올바른 정치에 있다.”

얼마 전 실상사 주지였던 도법스님의 생명평화탁발 순례단이 진안을 순례할 때 작은 책자를 하나 건네받았다. 갱지로 만들어진 책이어서 한층 정감이 가는 책이었다. 책장을 하나씩 넘기다가 그만 눈이 멈추고만 글이 있었다.

 

인류의 공존을 위해서는 티베트사람들의 힘, 지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주 오랜 시간 감정과 분노, 욕망을 다스리는 기술을 발전 시켰다. 유럽과 다른 세계가 외부의 적과 싸우는 기술과 힘을 키워 왔던 시간에 그들은 내부의 적과 싸우는 기술과 힘을 키워왔다.  그들의  욕 중에 하나인 “ 제일 나쁜 사람은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보고 화를 내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에 연민을 가져야 할 사람이지 화를 낼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람을 보고 화를 낸다는 것은 똑같이 지혜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인 것이다.

우리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인정을 흔쾌히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각자 다르게 생각했던 것들을 서로 인정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모두가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였으니까 말이다.

 

다른 민족과 국가를 정복 사람을 영웅이라 부를 때 티베트인들은 마음을 정복한 사람을 영웅이라 불렀다고 한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소웅,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대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난 5월 선거에서 당선한 지역지도자들 역시 남을 이긴 소웅이 아니라 자신을 이기는 대웅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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