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초 제19회 졸업생 고향 방문기

 


지금은 학생이 없어 폐교가 된 구봉초등학교에 19회 졸업생이 다시 찾아왔다. 이들 나이는 36세.

그들이 타 지역에서 직장생활하며 꾸준히 동창회 모임을 결성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하며 본교를 찾은 것은 고향을 잊지 않고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졸업생들이 자란 곳은 구암마을. 구봉초등학교가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이제 이곳은 45가구에 85명이 전부인 작은 마을로 변해,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 작은 마을도 예전에는 93가구에 350여명이 생활을 했으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마을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예전 기억과는 달리 농촌에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되어, 새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마을에 19회 졸업생은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아직 이들은 마을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 옛날 말썽피우고 뛰어놀던 동네 어린 아이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들이 조용한 마을에 찾아와 어르신들을 대접하며 잔치를 마련한 것에 주민들 얼굴에선 어느새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김종환 졸업생은 “개인적으로는 부모님과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 볼 수 있지만 한자리에서 모두 만나 뵐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며 “오늘과 같은 자리를 마련해 고향 어르신을 공경하고 효도 한다는 생각으로 동창생 모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마을 어르신들께서 맘 편하게 즐기는 자리였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고향 어르신들을 모시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갈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김동선(60세) 이장은 “마을에 자식들이 찾아와 이같은 대접은 처음 받아 보는 것 같다”며 “설 명절을 빼면 마을 주민들에게 이런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자식들이 마을 주민들에게 대접하는 것도 좋지만 직장 잘 다니고 건강하고 고향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며 “이왕 마을 주민들에게 대접을 하는 것이라면 계속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 마을 아주머니는 마을잔치를 베푸는 이들을 보면서 한마디 하신다.

“야들 날 때만 해도 사람이 많았는지 몰라 초등학교가 얼마나 많았다고, 야들 때문에 운동회 날 춤추고 얼마나 재미있었는데, 학교에서 잔치하고 참 재미있었지...”

지난날 옛 마을의 추억을 회상하는 아주머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이제는 재미가 없다는 아주머니는 학생이 없어 폐교된 학교가 아쉽기만 하다.

 

김진곤(64세) 노인정 총무는 “이 마을에서 젊은 층인 우리가 협조하고 앞장서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오늘과 같은 날은 선·후배들이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암 마을은 매년 노인정에서 눈 내리기전에 싸리비를 만들어 작년에 350자루와 금년에 400자루를 만들어 군청과 면사무소에 기증하고 있다며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이날은 마을 주민들이 졸업생들이 준비한 정성에 취하고, 옛 기억의 향수에 취해 즐겁고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자리를 마련한 이들은 김종환(에스아이씨 미디어텍 대표이사), 이중승(종로소방서), 백병길(대통령 자문위원회), 김태욱, 유종선, 노경진, 강정길, 박형근, 김종수 구봉초등학교 19회 졸업생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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