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학목사 진안제일교회

중국은 전체 인구의 94%를 차지하는 한족과, 장족, 회족, 몽고족 등 55개 소수 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 55개 소수민족의 구원과 축복을 위해 하나님은 길림성 용정시에 소수민족신학교를 세우시고 그 기관을 통해 중국 전 대륙을 복음화 시킬 거대한 섭리를 진행하고 계셨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한 주간 영적으로 지혜롭고 총명했던 신학생들에게 선교학을 강의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거룩한 추억이었습니다.

 

지리학자들의 추정에 의하면 지구의 전 면적은 5억 1,010만 제곱km입니다. 그중에 약 71%는 바다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다를 뺀 지구 표면의 전 면적은 약 1억4,793제곱km 뿐 입니다. 중국은 이 같은 세계 육지 전 면적의 15분의 1을 자기 땅으로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13억(2003년) 인구에, 열두 개 나라와 인접한 국경선, 알타이 텐샨 파미르 히말라야 등 7~8천m 높이의 여러 산맥, 수백 개의 강, 1만2천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들을 소유한, 우리 남한보다 100배나 큰 땅덩어리와, 30배나 많은 인구를 가진 거대한 나라입니다.

 

어디를 가나 어떤 건물을 보나 넓고 높고 큰 것만 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길거리와 광장엔 항상 사람들로 홍수를 이뤘습니다. 저는 그 땅에서 순간순간 위압감 혹은 두려움 같은 것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저는 지극히 작고 섬세하며 따뜻한 몇 가지를 가슴에 품고 돌아왔습니다. 그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소수 우리 동족으로부터 느꼈던 아주 작은 것들이었습니다.

 

중국의 교회(삼자교회)는 보통 300명 500명 많게는 1천명 2천명이 모입니다. 만 명이 넘는 교회들도 있습니다. 제가 몇 일 동안 가 있었던 용정교회도 주일은 천명이 넘게 예배하는 교회였습니다. 교회의 여러 시설은 물론 목사님께서 풍기시는 외모 그리고 시간 시간 움직이는 모든 성도들의 모습들까지 모두 영 육간에 강건한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 강의 하는 날 제 아내가 제 숙소였던 용정호텔에 잠시 와 쉬고 있었습니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점심을 함께 하기 위해 제 아내를 데리러 가던 참입니다. 막 교회 정문을 나섯을때 제 아내와 용정교회 사모님께서 벌써 인력거에서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처음 보는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용정교회 사모님께서 호텔까지 제 아내를 찾아가 함께 왔던 것입니다. 그들은 여러 해 오래 사귄 사람처럼 밝게 웃으며 금새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서로 교회 상황을 주고 받고 교인들 자랑도 하고 목사님 흉도 보고...... 그러다 눈이 마주 치면 또 웃고......

 

그들의 모습은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용정교회 목사님 내외분은 저희보다 약간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었습니다. 특별히 목사님의 부친께서는 윤동주 시인과 문익환 목사님이 다니셨던 용정학교의 교장으로 계시다 퇴직하신 용정시 모든 조선족의 큰 스승이셨습니다. 목사님도 사모님도 여러모로 귀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어렵거나 멀리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항상 가깝고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모님은 아침이면 거의 매일 한국의 드라마를 본다했습니다. 목사님은 한국과 중국이 축구시합을 하면 큰 소리로  한국 선수들을 응원한다 했습니다. 게임에서 밀리기라도 할 때면 저 선수 빼라느니, 감독의 전략이 틀렸다느니 하시며 속상해 하신다는 것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했습니다.

 

 그 큰 대륙, 한켠에 우리의 피붙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예수님 보혈의 피로 하나 된 형제의 모습은 북한 선교의 비젼을 말할 때 더욱 가슴에 찡하게 미어져 왔습니다. 우리는 동족 이었습니다. 한 민족의 피로, 그리고 주님 보혈의 피로....

 

그런데 그동안 우리에겐 동족의식이 없었습니다. 진주만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일본이 정치적 위장 전술로 한편 미국 정부와 평화협상을 전개하며 또 한편 군사적으로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여 평화로운 섬 하와이를 쑥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내용입니다. 이 때 극장 안의 대부분 관객들은 피해 받는 미국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영화 속으로 빠져 듭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나쁜 놈 미국은 착한 나라 그런 의식이 자리를 잡게 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미국은 일본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도쿄를 슬쩍 건드리는 정도만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은 가공할만한 원자폭탄을 일본 열도에 터트려서 결국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그 영화를 보는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착한 미국 불량한 일본 의식을 갖게 하는 왜곡된 힘이 있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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