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면 봉암리에 들어설 골프장 문제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이미 주민대표들이 모임을 하고 용담댐 수질과 농업환경 변화 등 청정 진안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골프장 건립에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후 구체적인 반대운동으로 이어질 것을 예고하기도 한다. 또한, 진안리조트개발사업과 맞물려 성수면에도 골프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반환경·반토착문화 시설로 반발과 갈등을 함께 불러오는 ‘골프장’ 문제가 이제 더는 다른 고장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고장, 진안의 문제로 대두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일 이웃인 무주군을 찾았다. 2005년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후보지로 확정되며 태권도공원에 이은 두 번째 경사라 환호했던 것이 무색하게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개발계획의 대부분이 골프장과 골프장 관련시설이다. 주민들은 기업도시 사업계획이 청정 무주와는 어울리지 않고 주민들과의 합의과정도 무시되었으며 이후 사업의 실효성과 현지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만족스럽지 못한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었다. 한편, 우리 고장의 부귀골프장은 지난해 사전환경성검토서 협의를 마무리하고 군계획위원회 자문 및 심의를 거쳐 현재 전라북도에 군계획시설결정승인 요청을 해 놓은 상태다. -편집자 주-

▲ 무주군 안성면 두문마을 초입, '골프장 반대' 깃발이 휘날리고 망루가 높게 서 있다.
이른 아침, 출근으로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틈에 시위용 표지판이 우뚝 서 있다.
‘우리는 지역주민을 속인 무주골프장 기업도시 결사반대한다.’
글귀가 적힌 표지판에는 시간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 얼마나 오랫동안 시위를 벌였는지 웅변하고 있었다. 지난 6일, 무주군청 앞 1인 시위는 덕곡마을 차례였다.
“동네에 양복쟁이들만 오면 여하튼 우리는 작대기 들고 나가니께. 우리는 죽어도 안 나가. 포크레인 밀고 들어와도 집 버리곤 안 나갈 참이여. 논 두 마지기에 오두막 한 채 있는 사람이 나가면 어디 가서 뭘 하라는 거여.”

▲ 1인 시위중인 덕곡마을 주민
덕곡마을과 두문마을 주민들이 번갈아 가며 1인 시위를 진행한 것도 이제 1년이다. 지난 동지섣달엔 그 추위에도 무주군청에 텐트를 치고 철야농성을 벌였다. 대부분이 예순을 훌쩍 넘은 노인들이었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외롭게 지역을 지켜왔던 주민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무주 안성면 일대에 준비 중인 ‘무주기업도시’ 때문이다. 2005년 기업도시 유치 후보지역으로 결정된 후 주민들의 반발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반대운동은 사업지구 내 안성면 덕곡·두문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되었고 지역에서 뜻을 같이 하는 주민들이 결합했다. 무주기업도시 구역에 골프장과 연수지구, 워터파크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전체개발면적 중 공공용지를 제외한 면적의 63%를 골프장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주관광·레저기업도시의 핵심은 ‘골프장건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골프장 들어서면 용담댐도 다 오염되고 농사도 못 지어. 아무래도 우리가 두더지 대통령을 뽑았나 봐. 요즘에 산사태 나서 사람들도 많이 죽더만. 이게 다 자연을 거슬러서 그런 거여. 사람이 자연과 함께 살아야지 그렇게 파내면 못써.”
박정순(71)씨와 김진자(63)씨는 거리낌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얼마나 분하고 서러운지 말 끝에 눈물까지 훔친다.
천막시위를 할 때보다 날은 따뜻해졌지만 바쁜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1인 시위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올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주민들에게는 골프장을 막는 것도 절실한 문제기 때문에 주말을 제외하곤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 심순보 공동대표
지역주민 기업도시에 내몰릴 판
안성면 두문 마을로 들어서는 길, 진입로를 따라 꽂아 놓은 깃발이 봄바람에 쉼 없이 흔들린다. ‘골프장 반대’라는 글자가 선명히 적혀 있다. 마을 초입에는 망루도 하나 서있다. 각종 플래카드로 뒤덮인 망루는 개발세력에 맞서 마을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주민들 의지 표현이었다.

한창 농번기로 바쁜 마을은 덕유산을 배경으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마을에 공간이 남는 곳엔 모두 골프장 기업도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구호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반대운동의 중심에 서 있는 무주골프장기업도시반대공동대책위 심순보 공동대표를 만났다. 반대운동을 시작하고 15kg이 넘게 빠졌다고 한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기업도시라는 게 협의에 의한 토지보상이 아닌 강제수용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주민들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거죠. 대부분이 영세농인 주민들은 절박할 수밖에 없어요.”
적은 토지 보상으로 개발 후 주택단지에 고가의 토지를 분양받아 집을 지어봐야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밖에 없고 대부분인 노인들로 그 빚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였다. 그나마 동네에서 제일 젊은 심 대표는 동네 어르신들의 이 같은 하소연을 듣는 것만으로도 애가 타고 가슴이 절절하다. 결정적으로 이번 기업도시 개발 계획은 그 출발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무주군의 아름다운 자연을 이용해서 세계적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에는 얼마든지 동의합니다. 하지만, 골프장이 중심이 되어선 안돼요. 아름다운 덕유산을 독식하겠다는 것밖에는 안 되잖아요. 저 아름다운 덕유산에 골프장과 스키장이라니요.”
과거 무주리조트가 들어설 당시의 이야기도 슬쩍 꺼냈다. 인구유입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번 무주기업도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반대대책위 주민들의 분석이었다.

얼마 전에는 대책위 주민들과 함께 문화관광연구원, 국토개발연구원, 문화관광부, 전북발전연구원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해 이 같은 주민들의 뜻을 전했다.
지난 2월6일, 무주군과 무주기업도시(주)가 ‘무주관광레저형기업도시’ 개발구역 지정 공동제안 및 계발계획 승인 신청서를 문화관광부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서울에 전원마을 관련 행사가 있어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많은 서울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고 싶어하는지 정말 몰랐거든요. 우리 지역도 그렇게 개발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잘 지켜가면서 문화예술인들이 맘 편히 작업을 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고장으로요. 가장 시급한 교육과 의료·복지 문제 등을 정부차원에서 해결해 더 많은 도시민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면 되잖아요.”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간직한 이웃 무주군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논리 뒤에 숨어들어서는 골프장을 막기 위한 처절하고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거시적‧미래지향적인 발전방향 꾀해야

<무주골프장기업도시반대공동대책위 차준성 기획위원장>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일부 업종이 호황을 누리고 건설 후에도 일부 주민들에게 일자리가 제공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하는 것만큼 기업도시가 지역발전에 큰 구실을 할 것이라는 예측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푸른꿈고등학교에서 만난 무주골프장기업도시반대공동대책위 차준성 기획위원장의 얘기다. 레저산업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내놓는다.
“이미 우리나라의 골프장은 포화상태로 조만간 많은 골프장이 경영악화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도 아닌 민간단체에서 내놓은 보고서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고용 효과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18홀 기준으로 정규직 근무자를 대략 65명으로 본다. 이들의 주요 근무처는 관리부서나 코스관리인 식당, 캐디 정도인데. 관리부서 근무자는 대부분이 다른 지역의 전문가들로 구성될 것이고 캐디 역시 학원을 나온 비정규직들이다. 지역 주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라야 식당이나 잔디, 수목관리인 정도다. 그 인원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취업자를 중심으로 한 지역 인구유입효과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대한전선이 기업도시 안에 세우는 것은 골프장, 스키장, 콘도, 기업연수원 정도입니다. 정주인구의 확대에 가장 큰 구실을 해야 할 아파트와 연립주택 사업 등은 토지만 개발해 일반 건설업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입니다. 그 사업이 가능할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골프장 안에 짓겠다는 레저주택에 대해선 그 사람들까지도 정주인구로 볼 것인지에 대해 더 알아볼 생각입니다.”

지난 2년, 무주골프장기업도시 반대 투쟁 과정에서 주민들이 점점 더 기업도시의 실체를 알아가고 있다고 차 위원장은 평가했다. 이 때문에 대책위 주민들이 결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리고 끝으로 신순보 대표와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농촌을 낙후된, 희망이 없는 곳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도시인들이 갖고 있는 정신적 공허함과 정서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농촌일 수 있다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좀 더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지역발전을 꾀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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