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과정에서 헛공약, 참공약에 대한 후보자 선택기준 제시
적극적인 의정감시로 충청북도 내 최다 의원발의 이끌어내

글 싣는 순서
‣ 행정감시하는 시민모임(옥천살림지킴이)
주민이 만들어가는 예산(광주 주민참여예산)
행정에 참여하는 주민(인천 행정모니터링제)
민원해결 주민힘으로(울산 민원공개법정)
우리의 현주소


1989년 12월 19일 새로운 지방자치법·개정안이 만들어지면서 다시 찾아온 지방자치가 올해로 18년째 접어들고 있다. 1991년 첫 민선 군수와 의원들을 뽑은 후 총 다섯 번의 선거로 지역의 일군을 만들어내며 지방자치의 한 쪽 틀은 견고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지방 자치의 한 틀을 이루고 있는 주민자치는 아직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즈음해서 본지는 우리 고장 ‘진안의 자치’를 심층 분석 진단해보고자 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주민 참여제도를 둘러보고 주민과 공무원 그리고 의회의 역할에대해 알아보며 ‘우리 고장의 모습에 맞는 진정한 주민 참여제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아보려 한다.
총 5회에 걸쳐 실려질 이번 기획 취재는 가장 먼저 충북 옥천군의 ‘옥천살림지킴이’를 찾았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전국의 선거결과 이슈로도 처리된 당선사례, 즉 한나라당 3명, 열린우리당 2명,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1명이 당선되며 소위 ‘황금분할’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옥천군은 그 배경에 옥천살림지킴이의 활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주민 스스로 일어난 모임
고령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농어산촌 지역 유권자의 경우 선거 출마자들의 공약에 대한 실천가능성과 진실성의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별도의 기구로 공약에 대한 실천 가능성과 후보자 선택기준 제시, 또 그에 따른 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여느 군이 그렇듯이 옥천군도 그러한 활동을 하기위한 시민단체나 인적자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먼저 ‘5·31 정책선거를 위한 주민연대’를 구성하였다. 모두 31개 단체의 참여의사 표시는 뭔가 이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옥천군은 지역의 발전을 위한다는 큰 틀이 형성될 경우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든 군민과 단체가 뭉쳐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옥천살림지킴이 이명재 대표(청성 소서성결교회 목사)는 이렇게 옥천군민을 이야기한다.
이후 주민연대가 주축이 되어 여러 토론회를 개최하며 군의원 후보자에게 정책 제안을 보내 답변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옥천군민을 대상으로 정책평가단을 모집하여 각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들에 대해 평가와 후보자에 대해 평가를 하였다. 그 평가결과는 지역 신문을 통해 선거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모두 공개하여 지역 주민에게 알려 선거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이러한 과정에서 주민 스스로 행정과 의정에 대한 감시 활동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새로운 단체로의 발전적 모습을 구현하고자 하는 소리를 모아 마침내 ‘옥천살림지킴이’를 발족하였다.
옥천살림지킴이 이명재 대표는 제34대 옥천군수 취임식에서 옥천살림지킴이의 모체인 주민연대에서 토론과 협의를 거쳐 마련된 정책제안서와 군수 선거운동 과정에서 약속한 정책을 정리해 임기 내 적극적인 실천을 당부하는 의미의 정책제안서 전달식을 했다. 또한, 옥천군 의회 의원들에게도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 옥천군수 취임식에서 '옥천살림지킴이' 이명재 대표(오른쪽)가 주민들이 제안한 정책 가운데 한용택 옥천군수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약속한 정책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신문
#사례1. 적극적인 참여로 살림 지키기
5·31 지방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당선된 현 군수는 취임식에서 “최근 전국 자치단체에서 관사에 대한 활용방안으로 복지시설, 자원봉사의 집, 접견실 등 주민편익시설로 대체하는 추세로 주민공모를 통해 영유아놀이방, 결혼이민가족 보호시설 등 어린이, 노인 복지공간이나 주민편익시설로 활용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취임 4개월 후인 지난해 11월 22일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으로 의견 수렴을 해보았지만, 별 뾰족한 대안이 없었고, 현재 사는 아파트에 주민들이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찾아와 이웃 주민들이 더 힘들어 한다”며 “관사 그대로 활용하는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종전의 입장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이에 옥천살림지킴이 이명재 대표는 “이미 들은 바 있고, 언론에서도 약속했던 사안에 대해 이제 5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군수가 말을 뒤집은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정책 제안을 했던 살림지킴이로서 회원들과 함께 이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의견 표명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약속’지키기에 나서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옥천군 의회 김재철 의장이 “군수가 관사에 들어간다고 해서 옥천 지방자치의 발전에 저해가 되는 것이 무엇이냐?”며 “군의회 의원들 대부분은 군수가 관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하며 군수입장을 옹호하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성명서를 발표해 행정공무원과 군의회 의원을 동시에 비난하였다.

옥천살림지킴이는 성명서를 통해 “공무원과 군의회 의원들은 군민의 공복임을 명심하고 군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생각하면서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하며 “군수관사 입주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이에 군에서는 군수관사입주를 서서히 포기하게 되었고 결국 없었던 일로 되었다.

#사례2. 지키고 있는 자의 힘
옥천살림지킴이는 의회의 일정을 주시하며 의회의 활동에 적극 동참·감시한다. 지금까지 의회의 방청을 빠지지 않았으며 방청 후에는 그에 따른 평가 및 토론을 자체적으로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옥천살림지킴이 김우현 사무국장은 “집행부 감시도 필요하다. 그러나 집행부를 감시해서 한 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보면 의회를 감시해서 의원 본연의 역할을 찾을 수 있게 만들면 집행부도 자연적으로 잘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집행부의 잘못에 대해 의회를 질타하면서 의회의 제 역할을 다 해 줄 것을 촉구하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옥천 군의회 박범규 의사담당은 “옥천살림지킴이의 활동으로 공약에 대한 감시가 이뤄져 의원들이 공약이행을 재차 다짐할 수 있다”며 옥천살림지킴이의 존재를 확인해 줬다. 또한 지키고 있는자의 모습인 “옥천살림지킴이의 의회 방청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왕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또, “전번 군의회의 의원발의가 1건에 불과했으나 이번 군의회는 벌써 6건의 의원발의를 해서 충청북도 내에서 최다 의원발의를 한 군의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옥천살림지킴이의 의회 방청은 알게 모르게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 옥천살림지킴이 회원들이 옥천군청 군청 홍보실에서 '군수관사 입주'와 관련해 주민들의 의견수렴후 '군수관사는 지역주민에게 환원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제공: 옥천신문
옥천살림지킴이의 미래
지방자치시대가 펼쳐진 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민과의 대화 창구를 개설하는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 결과 많은 형식의 주민 협의체계를 마련했다. 그중에 대부분은 관 주도의 창구인데 우리 고장의 군정평가단이 그러하다. 그러나 옥천의 살림지킴이는 주민 스스로가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각 사회단체들이 집단의 이기주의를 내세우지 않고 큰 틀에서 지역의 발전방향에 뜻을 모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군 전체의 살림을 지켜본다는 큰 틀은 각 기관 즉, 집행부는 집행부 입장 때문에 의회는 의회 입장 때문에 생기는 사각지대의 누수현상도 걸러낼 수 있는 시각을 열어 놓게 되었다. 김우현 사무국장은 “지난해 모 관변단체에서 금강산여행을 군비를 써서 가려 계획했었다. 관행적으로 계속 해오던 일이었으나 옥천살림지킴이가 나서서 여행을 좌절시킬 수 있었다”고 한 예를 설명했다. 진정 ‘살림 지킴이’의 역할은 군수라서 뭐라 하기에 입장이 곤란하다든지 의장이라서 뭐라 하기에 곤란하다는지 등의 이유를 묻지 않고 주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금액에 대해 꼭 집행해야 할 곳에만 집행할 수 있도록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옥천군의 살림지킴이도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군 단위가 그러하듯 인적자원의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김우현 사무국장은 “의정활동을 감시하려면 의원이 아는 만큼은 알고 있어야 하는데 자기 직업이 따로 있으면서 그만큼 알고 감시하기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고충을 말했다. 옥천살림지킴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지역 인사를 초청해 교육도 하며 주민의식을 높이려 했고 자체 토론을 통해 의식 개혁을 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옥천군의회 박범규 의사담당은 “경험이 풍부하고 애정이 있는 감시자들이 자기 자리에서 보는 것을 그대로 서로 나누며 고민해나가면 된다”며 옥천살림지킴이 회원들에 대한 발전적인 시각을 말했다.

또 한가지 옥천살림지킴이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집행부와 의회와의 관계설정이다. 옥천살림지킴이 이명재 대표는 “상생을 하려는 것이다”며 “일부에서는 상생의식이 부족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참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 참여이다”라고 밝히며 지역현안에 대한 주민의 참여의식을 촉구했다.
민주주의의 미래 참모습인 주민 자치. 옥천군은 주민 스스로 일어난 옥천살림지킴이가 지역의 살림을 지키고 있고 옥천군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적극적 참여가 전제돼야"

                           인터뷰… 옥천살림지킴이 이명재 대표

따사로운 봄기운이 완연한 것을 만끽하고자 10일 오전 이명재 대표와 기자는 약속장소로 옥천읍사무소 앞뜰로 정했다. 찬기운을 몰아내고 이제 꽃망울을 머금는 이름 모를 꽃들에서 옥천살림지킴이의 힘을 엿볼 수 있어 장소를 참 잘 정했다고 생각할 때쯤 이명재 대표는 나타났다. 누구라도 반할듯한 미소와 파스텔톤의 목소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아무 거부감없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 

◆ 옥천살림지킴이의 역할은?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일은 행정에서는 할 수가 없다. 우리는 그런 점을 고려해 의원을 감시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옥천군에서 사회활동을 하면서 느낀 장·단점은 무엇인가?

=옥천은 예로부터 주민운동이 활발하다. 또 지역의 중요한 일에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잘 뭉쳐진다.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그러나 인적자원이 부족한것은 아쉽다. 또 주민의 참여의식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한다. 참여는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다. 주민이 움직여야 한다. 

◆ 옥천살림지킴이 활동을 하는데에 따른 어려운 점이나 아쉬운 점은?
=군청 직원들의 상생의식부족을 꼽을 수 있다. 우리 단체의 주민 대표성을 운운하며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각이 있는데 전 군민의 지혜를 모으려는 행정의식이 있다면 충분히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리라 본다. 한 가지 더 말을 하자면 일부에서 ‘행정을 감시하라고 군민들이 뽑은 의원을 왜 굳이 다시 감시하려 하느냐’고 지적하고 있으나 이것은 시민의식이 부족해서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주민의식이 높아야 사회단체 활동도 제대로 하는 것이다. 

◆ 옥천살림지킴이의 미래에 요구되는 것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참여자의 적극적인 자세가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특히 임원들이 그래야하는데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배제되어야 한다. 또 다시 한번 군민의 참여를 요구하고 싶다. 비방만 하고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시민운동에 대해 말해 달라.
=시민운동도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운동노선이라는 이념적인 면에서 탈피해서 상생하는 면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념은 소수의 주동자에 의해 행해지지만 상생은 다수가 참여해서 다수가 살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서로의 작용이 사랑으로 표현되기를 바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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