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단ㆍ기자단 … 이른시일안에 정체성 찾아야
민원배심원제 … 홍보와 시행의지 부족 나타나

글 싣는 순서
행정감시하는 시민모임(옥천살림지킴이)
주민이 만들어가는 예산(광주 주민참여예산)
행정에 참여하는 주민(인천 행정모니터링제)
민원해결 주민힘으로(대구 수성구 민원배심)
‣ 우리의 현주소

남의 말이나 행동을 거울삼아 자신의 모습을 다듬어 간다는 의미의 타산지석은 어느 때에나 깊이 있게 새겨야 한다.
지방 자치시대의 주민참여제도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다른 자치단체의 모습을 분석하며 기획취재를 시작했다.
그동안의 내용을 정리하며 타산지석을 삼고자 한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 고장 진안의 자치제도를 살펴 보려 한다.


▲ 군민의 군정참여를 극대화하고자 지난해 11월 28일 야심차게 출범시킨 군정평가단. 6개분과 169명의 단원들로 구성된 군정평가단 출범식 모습
옥천군 살림 새지않게
옥천살림지킴이는 그동안 대표가 바뀌며 새로운 지도부가 탄생했다. 단체의 지도부 교체로 느슨해질 법한 선입견을 보란 듯 깨며 군의원들의 외유성 국외연수를 비판하며 성명을 발표하였다. 결국, 앞으로 국외연수를 갈 경우는 주민들의 동의나 심사를 받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며 그에 따르는 조례도 제정하겠다는 귀한 결과물을 얻어냈다.

행정을 감시하는 의원을 주인의 권리로 감시하는 결국 행정을 원격 감시하는 형태를 갖고 있는 옥천살림지킴이. 이런 형태적 특징과 더불어 이 단체는 주민의 욕구로 탄생했다는 크나큰 특징이 있었다. 그러기에 매서운 비판과 항상 긴장감 있는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취재 당시 이명재 대표는 “옥천살림지킴이 참여자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또 “사석에서 비방만 하지 말고 나와서 동참해 의견을 개진하자”며 “군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또 내부적으로는 인적자원의 교육사업을 추진하며 자신의 질 향상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외부적으로는 “상생하려 한다”는 옥천살림지킴이의 방향을 설명하며 행정, 의회와 함께하는 지역 공동체의 의미를 강조했다.

북구민의 예산계획
광주광역시 북구청의 주민참여 예산제를 알아보기 위해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단체 참여자치21을 찾아가 김상집 대표를 만났을 때는 “주민의 소지역주의와 특정계층 및 집단의 독점”을 경계해야 예산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예산이라는 복잡한 부분을 다뤄야 하기에 어느 제도보다 더 많은 주민의 노력을 요구하고 있었다. 많은 교육과 모임에 성의를 가지고 참여해 사안을 정확히 알고 파악해야 제대로 된 주민참여 예산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단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며, 갖고 있는 권한 중 중요 권한인 예산권을 주민과 함께 나누겠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 북구청장은 이런 ‘주민에게 내놓는’ 그리고 ‘주민에게 되돌려 주는’ 의지를 실천에 옮겨 주민참여 예산제가 자치제도의 모범사례가 되게 만들었다.

인천시민의 모니터 활동
인천광역시의 행정모니터링제를 알아보기 위해 인천광역시를 방문했을 때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여러 가지가 있었다. 행정에서 조직하고 운영하는데 어느 선까지 주민의 활동을 보장하며 그 결과물을 행정에 반영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무게로 임하느냐가 관건이었으나 이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상황이었다. 모니터의 제안이나 의견을 “운영 및 계획을 할 때 참고한다”는 담당 공무원의 말은 좀 충격적이었다. 이러기에 인천민주언론시민연대에서는 “모니터링한 의견과 제안을 수용·반영한 사례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모니터요원들의 활동상황을 일반 주민이 알 수 있게 해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이는 주민의 모니터 활동이 행정에 참고사항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볼 수 있다. 공무원들의 자세도 ‘우리는 이런 것을 하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행태에서 벗어나 ‘주민의 뜻을 따르기 위해 알려고 한다.’라는 주민자치실현의 의지로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결과적으로 주민의 의견은 참고 사항으로 여겨져 행정의 들러리가 되는 최악의 상황이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수성구민의 갈등 해소
대구광역시 수성구의 민원배심원제를 알아보기 위해 방문했을 때는 그동안 축적된 민원처리의 결과물들을 보이며 자랑스러워하는 공무원을 만날 수 있었다. 배심원들의 판정에 행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어차피 민원 해결 후 주민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입장과 또 앞으로 같은 공동체를 형성할 이웃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극단적 대치는 하지 말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타협과 중재라는 배심원제가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자기의 권리만을 줄곧 주장하며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으면 공동체로 살아가는 시대에 맞지 않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또 행정의 입장도 주민이 수용하지 않으면 합법적이어도 허가나 승인을 미루고 주민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양측을 중재해 결국 양쪽 모두다 만족하게 하여 비로소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리고장의 군정평가단
우리 고장 진안의 자치제도는 군정평가단과 군민기자단 그리고 민원배심원제를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먼저, 군정평가단은 지난해 11월 28일 6개 분과(정주기반조성, 군민소득창출, 삶의 질 향상, 청정환경관리, 문화관광진흥, 행정혁신) 169명의 단원 규모로 출범했다. 이는 “민선 4기 열린 군정이 지향하는 군민의 군정참여 극대화 시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송영선 군수는 밝혔다. 또 “과감한 지적과 대안제시”를 당부하기도 했다. 군정평가단의 출범 이면에는 괜한 주민의 원성을 들어야 하느냐는 인식에 대한 설득과 이미 행정의 감시기능을 가지고 있는 군의회와의 관계설정이 최대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단체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결국 뜻을 같이하고 주민참여를 받아들였다.

군정평가단은 출범 후 매월 모임을 하는데 행정부서의 업무보고와 평가단원의 의견제시 시간을 갖는다. 일선 한 공무원은 “모임을 거듭할수록 평가단원들의 의견은 강도가 더 강해지고 깊이가 더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고 있다. 또 “때릴 것 있으면 그렇게 강하게 때려달라”고 윤철 부군수가 주문을 했다고 평가단의 한 단원은 전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내용과 함께 군정평가단 이재명 단장은 “매일 행정을 맡아 일을 하는 공무원에 비하면 평가단원들은 특출난 장점이나 전문성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작은 소리라도 주민의 소리로 전달하는 장으로 여기고 참여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일명 측근정치라고 하듯 자치단체의 장들이 소수 주변인들의 의견을 들어 자칫 왜곡된 여론수렴을 하였다. 이런 병폐를 고치기 위해 제대로 된 여론수렴기구역할을 할 수 있는 군정평가단의 활동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가단의 활동이 행정에 대한 견제냐 아니면 행정의 참여냐에 대해서 이 단장은 “의회의 집행부 견제기능을 존중한다. 평가단은 행정참여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몇 개월은 평가단 출범 이전의 내용에 대한 견제차원의 질타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토론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에 대한 심도있는 평가와 토론을 위한 자료준비 및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이 단장은 “자칫 수박 겉 핥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견지하고 있다”며 “분과별로 의견을 수렴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군정평가단은 주민에게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과 기록을 남기는 회의와 토론을 하자는 것 등의 의견을 평가단에 주문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내외부의 지적을 가슴에 안고 본연의 의미를 잊지 않고 군정평가단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 고장의 자치시대를 열어가는 출발점으로 인식된다.

우리고장의 군민기자단
진안군 군민기자단은 지난 1월 9일 팀장 12명 단원 54명으로 출범했다. 송영선 군수는 “주민의 대변자로서 민원과 제도개선 요구를 군에 전하고 이것을 군정에 적극 반영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자칫 군정평가단과 비슷할 것으로 보이는 ‘민원과 제도개선 요구를 군에 전한다’는 말은 다음 문구에서 더욱 혼란스럽다. ‘군정에 적극 반영하는 것’은 기자단의 의지가 아닌 행정부의 변화와 의지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 부분도 군정평가단에서 나온 의견을 ‘적극 반영하면 되는 것’이다. 활동내용에서 지금까지의 군민기자단은 군정홍보지의 내용에 미담사례를 전하는데 불과하였다. 주민의 대변자로서 미원과 제도개선 요구를 군에 전하는 활동은 그동안 없었다.

군정평가단과의 차별성 확보와 실질적 활동결과의 도출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군정홍보지에 글을 게재하면서 기자단의 이름이 아닌 실명제 도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군민기자단도 본인의 글에는 책임을 지는 도덕적·윤리적 관점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오보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면 용담면 모 교회에서 마련한 자급적 시설(교회에서 집을 마련하고 이용자는 입주시 일정금액만 지출하고 원할 때까지 입주자 자체책임으로 생활하는 시설)에 대해 인터뷰도 하지 않은 채 인터뷰했다는 형식으로 기사를 쓰고 내용도 공동생활하는 단체로 잘못 인식되게 표현하는 등 명확한 오보가 있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를 당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물음은 답할 자도 찾기 어려워 보인다. ‘태생적 한계’라는 지적을 어떻게 무마시키고 새로운 참여제도로서의 군민기자단이 자리매김할지 평탄하지만은 않은 길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고장의 민원배심원제
대구광역시 수성구에서 배워와 우리 고장에서도 마련한 민원배심원제는 지난해 11월 15일 운영지침을 발령하고 12월 27일 전문가와 주민대표 61명으로 구성된 민원배심원 위촉장을 수여면서 실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주민에 대한 홍보 부족과 실무공무원조차 제도의 내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등 제도가 자리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 군청 앞 광장에서 있었던 진안읍 물곡리 주민들의 양계장 반대 시위는 실무공무원의 안일한 자세로 인해 빚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혐오시설인 양계장에 대해 행정예고를 했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민원배심원제를 이용해 민원을 예방하고 처리할 수 있었는데 좋은 제도를 가져다 놓고 그냥 모시고만 있는 꼴이 된 것이다. 결국, 민원배심원제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로 군이 제시한 ‘행정의 신뢰성·공신력 확보’와 ‘사업주와 공무원 간의 유착의혹 해소’에 대한 역풍이 그대로 불어와 ‘행정에 대한 불신’과 ‘유착의혹’이 일면 누가 그 상처를 치유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하겠다.

기획을 마치며
우리는 자치시대라는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다.
앞으로의 몇 년이 우리 모습으로의 자치시대를 규정짓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위해 행정의 주인인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군림하는 자세에서 벗어난 봉사자로서의 행정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겠다. 아울러 개인 이기주의와 소 지역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민의 노력과 제도를 제정하고 도입해 시행할 때 필요한 행정의 의식전환이 우리 고장 진안에서 모범적으로 나타나길 기원해 본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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