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 "다른 장소 찾아주면 옮기겠다는 약속 지켜라"
군수 … "건축주 거부의사 밝혀 더 이상 설득 힘들다"

“스스로 거짓말하는 군수가 아니라고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하잖아요.”
진안읍 물곡리 원물곡 양계장 신축공사로 인한 주민과 군 그리고 건축주간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미숙한 대응으로 또 다른 불씨만 만들고 있다.

지난 12일 군청 앞 광장에서 있었던 양계장 신축 반대집회에서 만난 주민 유창희씨는 “군수가 지난번 집회에 나와 직접 약속하기를 다른 장소를 찾아주면 옮기도록 하겠다고 말해서 집회를 접고 다른 장소를 찾아서 제시했다. 그런데 3곳 중 2곳은 맘에 안 들어 했지만 한곳은 현장에 동행한 건축주가 장소가 좋다며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도 되겠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다음날 마음을 싹 바꾼 것이다”고 설명하고 “대안장소를 제시한 우리의 이행에 대해 군수도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송영선 군수는 “현장을 확인하고 건축주에게 지원책도 설명을 했다. 그러나 건축주가 재산상 손해가 난다는 이유로 거부의사를 밝히는데 행정에서는 더 설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주민은 군수를 믿고 따르고자 한다. 그러나 이번 군수의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은 이번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반대사유로 사업착수 전에 주민설명이 부족했던 점을 들고 있다. 이 대목에서 논란이 되는 것이 민원배심원제이다.
민원배심원제는 집단민원에 대해 배심원단(전문가)의 중재로 해결점을 찾는 방법으로 법적으로 허가해 줘야 할 사항이지만 주민의 원성을 살만할 일에 대해 일단 허가를 유보하고 ‘행정예고’를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해 갈등이 있을 경우 배심원단의 중재를 받게 하는 것으로 우리 군은 지난해 12월 말에 완비했다.

담당 공무원은 “이렇게 주민의 반대가 있을 줄은 몰랐다”며 상황파악에 대해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행정예고를 통해 괜히 주민의 반대를 야기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고 있다.
이는 송영선 군수도 같은 생각이다. 주민 편에서 주민의 의견을 더 잘 반영하고자 마련한 민원배심원제를 통해 행정예고를 해서 주민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는데 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행정예고를 하나 안 하나 반대할 게 뻔하다. 그리고 모든 문제를 민원배심원제를 통해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민원배심원제는 필요없는 제도 아니냐는 질문에 “현재 허가신청이 몇 건 있는데 앞으로 행정예고를 하는 등 민원배심원제를 적용하겠다”고도 했다.

군수와 담당 공무원 모두 민원배심원제의 본래 취지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담당 공무원이 작성한 ‘민원배심제도 운영계획’을 보면 “이해당사자와 공개적으로 대화를 통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중재함으로써 주민화합 및 지역발전 도모로 행복한 진안만들기에 기어코자” 이 제도를 운영한다고 나와있다. ‘공개적 대화를 통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한다고 해놓고 ‘괜히 원성을 살 필요가 있느냐’니 ‘하나 안 하나 반대할 게 뻔하다’느니 하는 것은 아직 제도의 취지를 이해 못 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제도의 중요한 것 하나는 허가사항이지만 허가를 내주지 않음으로 건축주가 주도권을 갖지 않게 하는 것이다. 허가를 받은 건축주는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고 나서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허가권을 행정에서 쥐고 있으면서 중재를 해야 원래 원하는 바대로 ‘이해당사자가 공개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고 그렇게 ‘행복한 진안’을 만들어갈 수 있다. 혹 허가를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건축주가 반발할 것을 염려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중재중임을 내세워 유보한다는 대의명분이 있는 것이다.

한편, 반대집회를 하는 주민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근 초등학교 교장이 직접 집회장을 방문해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로 인해 학교 수업이 방해를 받는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이에 집회 주민들은 소리를 줄였으나 주변 관공서나 주민들도 마찬가지의 불편과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표현의 방법이지만 심할 경우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지역주의에 대한 따가운 비판도 일고 있다. 집회를 하고 있는 한 주민은 “이웃사람이 그렇게 하겠다면 어떻게 뭐라 하겠느냐. 다만, 외지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스스로 반대이유를 모호하게 하는 말이다. 안 될 것은 형제지간에도 안 되고 될 것은 원수지간에도 되어야 한다. 이게 우리 고장이 버려야 할 소지역주의라는 것은 ‘30년을 살아도 외지사람은 외지사람이라 부른다’는 냉소와 함께 흔히 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건축주는 신공법으로 건설되는 시설이므로 주민이 염려하는 비산먼지와 악취 등은 제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주민들은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냐”며 “거짓말하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런 시설이 있다면 방문해 볼 생각은 있느냐는 질문에 집회참석한 한 주민은 “보러 가는 것이 끌려가는 것이고 협조하는 것이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대화와 타협은 상대방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그 주장이 확인 가능하면 확인해보면서 검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자기의 눈과 귀를 막고 외치기만 한다면 대화와 타협은 절대 이뤄질 수 없는 것이기에 이를 지켜보는 몇몇 사람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송영선 군수는 지역발전이라는 큰 뜻 아래 주민들이 수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로 화합하며 우리 고장이 발전하는 것은 누구나 다 원하는 바다. 그러나 주민들을 설득함이 어디까지냐는 ‘내가 열심히 설득했다’보다는 ‘주민이 이해하고 수용해 줄 때까지’라는 마음으로 다시 주민에게 다가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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