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신문 창간 5주년에 붙여

필자는 수년 전 친척의 결혼 축하차 미국의 어느 시골마을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 친척은 독실한 크리스챤으로 자녀들 교육에 안 좋다고 TV도 놓지 않고 라디오도 없었다. 외부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 한가지 신문을 구독하는 일인데 그 신문은 중앙지도 아니고 주 단위에서 발행하는 지방지도 아니고 지역신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군 정도의 지역에서 발행한다고 한다. 주간지인데 타블로이드판이었다. 이 신문에는 그 지방의 세세한 정보들까지 빼곡이 들어차 있었고 재미있는 것은 결혼 예정자인 그 친척 딸에 관한 기사로 당사자 및 배우자의 정보와 사진까지 실려 있는 것이었다. 친척에게 물어보니 그 신문은 지역주민들이 결혼하려면 신문사에 정보를 주고 신문사는 찾아와 취재를 해 그처럼 실어주는 것이 관행이라고 했다. 필자는 당시 진안월보라는 지역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관계로 그 점 유념하였다가 우리 신문에서도 도입하려 했으나 월간이라는 제약과 또 신문도 발행이 중단되고 말아 현실화되지는 못했지만 이 경우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단면을 그 지역신문의 경우에서 본 것 같아 인상깊었다. 그 나라의 국민들은 이처럼 중앙정치에 대해서는 무심하면서도 자기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는 관심이 지대하여 중앙지나 지방지는 구독하지 않아도 지역신문만은 구독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내심 부러웠다.반면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들의 눈이 서울로만 쏠려있다. TV도 주로 서울뉴스만 쏟아내고 있고, 신문 또한 중앙지 위주로 구독하니 자연히 서울뉴스만 보게된다. 그러니 서울은 안 가봤어도 어지간한 서울동네는 모르는 곳이 없지만 자기가 사는 지역은 동네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은 서울주민이 된 지 이미 오래이다. 따라서 반사적으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부족하여 이것이 지역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 지역이 붕괴되어 가는 것도 이런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신문의 역할은 막중하다. 필자는 한때 지역신문을 발행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 ‘진안신문’의 발행에 즈음하여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심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경험으로 보아 지역신문의 발행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대표적인 어려움으로 특히 지역신문에는 언론자유가 여러 가지로 제약되는 점이다.딱히 누가 간섭을 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문의 기능의 하나인 비판을 하면 비판의 당사자는 몹시 언짢아 한다. 그들이 누구인가 하면 조석으로 상면하는 사람들이니 비판기사를 쓸 때면 인정상 몹시 주저하게 됨은 인지상정이다.또 하나는 지면제작을 할 인력이 부족한 점이다. 지역신문은 경영상 또는 지역여건상 취재기자나 편집기자를 넉넉하게 채용할 도리가 없다. 더욱 지역에서는 그런 소양을 지닌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지역신문일수록 적은 인력으로 충당해야 되기에 여러 방면에 정통한 사람이 필요한데 조건이 맞을 리도 없다.또 무엇보다도 경제적 어려움이다. 우리 진안 같이 인구가 적고 산업이 낙후된 곳에서는 구독자도 적고 광고수입도 적다. 이런 조건이니 신문은 기업이어야 하는데 경제논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지역신문을 발행하려면 지사(志士)가 될 각오로 하든가 오기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던 필자이니 만큼 ‘진안신문’의 창간을 마냥 축하할 수만도 없는 심경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진안신문’의 김순옥 사장은 이를 이겨내고 비교적 충실한 지면제작으로 창간 5주년을 맞게 되었으니 그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그러나 앞서 예시한 어려움이 극복되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아마 생각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지사정신으로 버텨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할 것이다. ‘진안신문’은 가족들이 취재기자이고 편집기자이기 때문에 5주년을 견뎌온 것이다. 만약 경제논리로만 말하자면 ‘진안신문’은 발행될 수 없는 신문이다.이제는 독자들이, 지역 주민들이 ‘진안신문’을 경제논리로도 존립 가능한 신문으로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성공사례도 많다. 전남 해남군의 경우는 군내 70% 이상의 가구가 지역신문을 유료 구독한다고 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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