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탐방> 영진마트 ☎432-0009

▲ 영진마트 박영자씨가 가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야채가 한가득 쌓여 있어 야채가게로 보이는 영진마트(대표 박영자). 그러나 야채만 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야채가 쌓여 있는 선반의 아래에는 꼬막, 모시조개와 자반고등어가 한가득 자리 잡고,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면 라면, 과자류, 각종 캔 등 가공식품도 수북이 진열되어 있다.
그뿐인가, 가게를 요모조모 살펴보니 다양한 종류의 세제며, 조미료, 심지어는 종이컵과 티슈까지 진열되어 있다.

한 마디로 일반적인 야채가게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복합형 야채가게라 하겠다.
영진마트의 안주인 박영자(64)씨는 “야채 장사라고 야채만 팔라는 법 있나요? 손님들이 야채 사러 왔다가 멀리 갈 필요 없이 우리 가게에서 이것저것 다 구해가니 손님은 손님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좋지요. 하하하.”

재래시장의 한편에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는 영진마트는 주로 박영자씨가 손님을 맞아 장사를 하고 남편 전종근(68)씨는 날마다 새벽 일찍 전주로 나가 전주 농수산물직거래장에서 신선한 야채류, 생선류, 해조류 등을 가져오는 일을 맡아 한다.

전씨는 “거의 단골장사이다 보니 한번 오는 손님 단골 만들기 위해서라도 신선한 재료들을 구해와요. 직접 농사를 지으면 좋겠지만 가게에서 먹고 자고 하니 여건이 안 돼 농수산물시장에 갓 나온 물건들을 가지고 오지요.”라며 아침에 갓 가져온 배추들을 정리하기 바빴다.

장날이 아닌 날에는 평화롭다 못해 조용하기만 한 진안시장에서 영진마트는 예외인 듯하다.
단골인 손님이 들어오더니 “오늘은 고등어조림 할 거예요. 고등어 한 마리만 주세요.”라고 익숙하게 주문을 하니, 박씨는 “무도 넣어야 맛있다.”라며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을 추임새 삼아 고등어를 손질한다.

박씨의 훈수에 손님은 “조림만 해먹으려고 무를 사려니 무가 양이 많아서 좀 그래요.”라고 대꾸한다.
이내 고등어 손질을 멈추고 “잠깐 기다려봐. 내가 작은놈으로 하나 줄게.”라며 무들을 이 잡듯이 뒤진다. 잠시 후 박씨는 “요놈이면 되겠지? 요놈이면 한 끼에 딱 맞겠지? 무를 넣어야 맛있다니까∼.”라며 조그만 무를 봉투에 쏙 집어넣는다.

너무 공짜가 많은 것 아니냐며 기자가 핀잔을 놓았더니 박씨는 “장사하는 사람이 이윤을 따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내 주머니 채우자고 사람들한테 야박하게 하기 싫어.”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전씨도 “이제 70살이 다되어 가는데 나이 먹어서 얼마나 큰 부자가 되려고…. 손해안볼 만큼만 하고 손님들이 계속 찾아오면 그게 남는 장사지.”라며 거든다.

부부는 입가에 지은 미소를 거두는 법이 없었다. 배추를 나를 때도, 고등어를 다듬을 때도 기자가 질문을 할 때도 내내 입가는 호를 그리고 있었다.
몸은 으슬으슬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그런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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