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제일고 졸업식장 풍경
이날 졸업식에 동원된 소화기의 수만 4대. 아이들은 학교수업 때 배운 소화기 작동법을 잊어버리지 않았나 보다.
순식간에 소화기가 하얀 분말을 뿜으며 아이들을 덮친다. 매캐할 만도 한 가루들 속에 숨어 아이들은 보복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 아이가 밀가루를 뿌리며 저항해보지만 소화기의 엄청난 위력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생쥐다.
도망을 가도 소용없다. 소화기는 힘찬 연기를 뿜으며 친구들에게 하얀 분말을 연방 뿜어댔다. 하얀 가루로 뒤덮인 한 학생은 이리저리 소화기를 뿌리고 다니는 친구가 한눈을 파는 사이 밀가루를 뿌려대며 보기 좋게 보복하고 만다.
섭섭할 만도 한 졸업식장에서 눈물을 보이며 서운해 하는 것도 잠시, “와 드디어 해방이다!”를 외치며 아이들은 모처럼 자유를 만끽했다.
이제 추억이 되어버릴 마지막 학창시절, 눈물보단 웃음이 나는 이유는 왜일까?
한 여학생은 “눈물이 안 나, 웃음이 나와 미치겠어.”라며 깔깔 웃어버리며 작별의 섭섭함을 웃음으로 훌훌 털어버렸다.
눈물 대신 웃음만이 남은 졸업식으로 기억되면 어떠랴. 제일고 아이들은 두 손 가득 꽃다발과 선물을 껴안고 오늘을, 그리고 친구들을, 선생님을, 모교를 가슴에 새기며 스무 살의 내일을 꿈꾸고 있다.
박채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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