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주(84, 마령면 강정리)

엊그제만 해도 더위에 반팔, 시원한 그늘 밑이 좋았는데, 이틀이 멀다하고 가을비에 찬바람이 쌩쌩 불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한다.
먼 산에는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이 앞다투어 자태를 뽐내며 한창 어우러지는데, 심술궂은 가을비에 고개 떨구며 오들오들 떨고, 풀죽은 나뭇잎들은 '가을이여 안녕'이라고 인사하듯 찬바람에 날여 하나 둘 떨어져 흐르는 세월을 쌓듯 차곡차곡 계곡에 쌓인다.
바스락 바스락 쌓인 낙엽을 발으면 흐르는 년윤을 따라 고부랑 지팡이가 되어 산 길을 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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