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빈(賓)이란 귀한 손님을 가리킨다. 그냥 손님의 경우에는 객(客)이라 쓴다. 그래서 내빈이란 공식적으로 초대받은 손님이란 뜻이다. 초대받지 않은 길손 따위는 내객(來客)이라 한다.
그러니 내빈은 정중히 접대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내빈은 어디까지나 손님일 뿐 주인은 아니다.
향우회 같은 데 나가보면 주객이 전도된 경우를 가끔 본다. 내빈이 주인이 되고 정작 향우들은 손님처지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그렇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정작 향우회가 열리는 날은 고향에서 올라온 기관 단체장, 유지들, 또는 출세한 고향인사들을 내빈소개라는 명목으로 일으켜 세워 인사를 시키는데 참석한 향우들은 내빈이 아니라 주인이기 때문에 인사를 안 시킨다.

그런데 참석한 향우들도 실상 거의 1년 아니면 몇 년 만에 참석한 사람들이므로 주인이 아니라 손님 축에 든다. 이런 형편이므로 향우들은 내빈소개를 그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여기에 눈치 없는(?) 내빈이라도 있어 장광설로 축사라도 하는 판이면 "내가 저 사람들 연설 들으러 이 자리에 참석한 줄 아나" 하고 곧장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런 경우는 향우회뿐만이 아니라 지역에서의 크고 작은 여러 모임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면민의 날 같은 경우 해당 면에서는 행사의 권위(?)를 높이기 위하여 군수를 비롯하여 군의원, 도의원은 물론 군내 각 기관 사회단체장들을 초청하고 그들은 내빈의 자격으로 참석한다.

주최 측은 당연히 이들을 하나하나 내빈으로 소개하고 박수를 받게 한다. 뒤이은 행사에서도 주최 측은 이들을 접대하는데 더 배려를 하므로 정작 그날의 주인인 주민(면민)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리 되면 면민의 날 취지가 무색해 진다.

다른 모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 기관 사회단체들도 총회 또는 각종 행사에 군수를 비롯하여 여러 내빈을 초청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는가 하면 심지어 마을 단위의 행사에서까지 이런 일이 되풀이 된다.
이런 일을 관행이라고 치부하고 계속해야 할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유달리 체면치레가 많은 민족이어서 거기에 따른 많은 폐습이 있어왔다. 내빈소개도 체면치레 때문에 굴절되어진 점이 많다고 본다.

주최 측은 유력한 내빈이 다수 참석해야 행사가 성공한 줄 착각(?)하기 때문에 초청장에도 "부디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맥으로 초청하고 내빈소개를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행사의 주인공들은 내빈소개에 위화감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참석한 내빈들도 그런 기미를 알기 때문에 내빈소개를 거북살스럽게 느끼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내빈들을 전혀 모르쇠 할 수만도 없을 테니 한꺼번에 소개하여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 자리에는 군수 아무개님을 비롯하여 아무개 도의원님, 아무개 군의원님, 아무개 기관장님, 아무개 단체장님들이 오늘 행사를 축하해 주시기 위하여 참석하셨습니다. 이분들에게 우리 다 같이 환영하는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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