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에서>

올해 열린 여성주간 기념행사가 팥소가 빠진 팥빵 모양이다.
문화의집 강당을 가득 메운 300여 명에 달하는 여성들과 각종 사회단체장들,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행사요원을 보면 뭔가 거창한 행사가 열림에 분명하다.

여기서 거창해야 할 사람들은 누굴까? 바로 이날만큼은 지역의 여성들이 행사의 주인공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정작 이날 권익을 증진시키며 거창하게 돌아간 이들은 내빈들이다.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잘 보여야하는 군의원과 도의원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여성찬양론자였던 것처럼 '여성들의 위대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워낙 바쁘신 분들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여성들이 정성껏 준비한 공연이라도 한 번 보고 가는 것이 장시간 인사말을 참고 들어준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마지막 내빈의 인사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맨 앞줄에 자리 잡은 내빈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좌석은 텅텅 비어버렸다.

여성주간 행사에 대한 유감이 얼굴 도장만 찍고 휑하게 가버린 내빈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문제는, 올해 여성주간 행사가 진정 그 취지와 의미를 살린 행사였는지 의심스럽다.

이는 지난 2007년 7월 13일 열렸던 여성주간 기념행사와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마치 도장을 찍어놓은 듯 행사순서와 프로그램이 흡사하다. 지난해와 그러하듯 진안홍삼여성합창단의 공연, 외국인 주부들의 자국 문화공연이 2부 행사였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3부 강연의 강사가 바뀌었다는 점뿐이다.

여성의 권익을 증진시키고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열리는 여성주간, 거기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인데 과연 우리 진안이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라는데 몇 명이나 찬성할까. 아니면,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일어난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나.

조금만 더 주제와 연관을 지어 행사를 진행했다면, 진정으로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진행했다면 이날 행사같이 허무하다는 인상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성들이 모여 하루 즐겁게 노는 것에서만 의미를 찾기엔 '여성주간'이라는 어감이 좀 무겁다.

이제는 과거에 맞춰진 틀에 박힌 행사가 아닌 좀 더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여성도 무언가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자존감을 일깨워주는 여성주간이 되어야 한다.
내년 여성주간은 그 본질적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로 기획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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