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 영 신(서울 타임스 회장)

필자가 이 글을 쓰기로 작정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니 문득 중국 한나라 경제(景帝)때의 시인 원고생(轅固生)이 공손홍(公孫弘)이라는 소장학자에게 일갈(一喝)하였다는 일화 하나가 떠오른다.
무정학이언 무곡학아세(務正學以言 無曲學阿世: 배운 것을 굽혀 세상에 아부하는 것).

흔히들 곡학아세(曲學阿世) 또는 곡필아세(曲筆阿世)라고도 표현한다. 학설을 굽히어 세상시세(世相時勢)에 아첨(阿諂)하는 일을 일컬음이다. 잘 비비고 처세에 능한 그래서 남보다 앞서 가는 위인들의 반열을 지적함이다. 필자의 생각이 여기에 미친 것은 어떤 이들의 곡해속성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와 닿는 노파심이 있었기 때문 이였다.

그러나 필자의 살아 온 평생이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 개의치 않고 이 글을 그냥 쓰기로 결심을 굳힌다. 애국과 애향과 애정은 우리 인간이 갖는 언어(言語)의 동의어(同義語) 이다.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것도, 고향과 지도자를 사랑하는 것도, 가정과 가족을 사랑하는 것도, 그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심장의 뛰는 호흡 때문이다.

회고하여 보니 사십년이 되었다. 필자가 전주에서 어느 관청의 말직을 맡고 있을 적, 모교 은사의 부름을 받고 징발되어 개교축제인 연극제에서 야생초소속 문학동인들과 함께 『폭군 헤롯』의 무대감독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때 뒤풀이에서 만났었던 모교의 학생회장이 오늘의 정세균 의원 그 이였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길을 찾아서 그렇게 헤어졌고, 잊고 있을 즈음 우리는 서울 양재동의 어느 메기탕 집에서 거짓 말 처럼 그렇게 다시 만났다. 그것이 지금부터 십 오년 전의 일이였다.

2008년 7월 6일 필자는 새로 선출된 정세균 민주당대표최고위원의 대표직 수락연설을 들으면서 감회에 젖어 있었다. 그것은 필자세대 민중들의 민주당으로 향하는 회한적(悔恨的) 향수(鄕愁)를 필자가 알고 있기 때문 이다.

1945년 9월 16일 천도교기념관에서 창당한 한국민주당으로 시작하여 1949년 1월 26일 민주국민당으로, 1955년 9월 19일 시공관에서 창당한 민주당은 제1공화국 내내 이승만과 자유당의 영구집권에 집착한 독재에 항거하여 '못살겠다 갈아보자!? 그렇게 한강백사장에 30만 인파를 끌어 모아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던 해공 신익희선생과 '낫는 대로 달려와 민주제단에 피를 뿌리겠다.'고 다짐하던 유석 조병옥박사를 이국에서 잃고 방황하며 통곡하던 민중들의 야당 이였다.

1960년은 3.15부정선거와 4.19학생혁명으로 대다수 민중의 염원에 힘입어 민주당의 염원이던 내각책임제 개헌으로 7,29총선에서 집권한 민주당 정부가 신,구파라는 고질적 당쟁에 휩싸이고 독재치하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 민중들의 절제 잃고 남용된 민권의식은 사회질서의 혼란으로 다가와 5.16군사 쿠데타를 불러 온다.

그리고 군부독재로 점철된 이 나라 민주주의 고난의 가시 밭 길은 많고 많은 민주당으로 통하는 대한민국 국운(國運)의 험로(險路)를 걸어 온 그 세월이 63년, 그 속에서 민중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부정부패의 발호(跋扈)와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정치형태를 답습하여 민중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구시대를 정리하고 새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세균 민주당대표최고위원은 『뉴 민주당 플랜』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오늘날 국민들은 자신들의 절박한 삶의 개선을 위해 용기를 내어 치열하게 싸워주는 정치지도자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는 개인적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심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리더십, 한 시대를 감당할 지혜와 용기를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한 국민을 위해서라면 상대가 누구든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물러서지 않고 치열하게 싸워야한다. 이렇게 할 때만이 국민들은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전폭적 지지와 신뢰를 보낼 것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최고위원은 2012년 대통령선거를 대한민국의 '질 좋은 성장'과 '공동체적 복지'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계기로 진전할 것인가, 아니면 보수지배체제의 장기화로 이어질 것인가를 판가름 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의 진안은 인구3만을 넘기기가 그렇게도 힘든 고을이다.
이 적은 인적자원의 갈증을 때워 갈 대안이 무엇이지를 절실하게 고민할 때가 아닌가.
 
정세균 민주당대표최고위원.
그는 진안이 만들어 낸 질(質) 좋은 동량지재(棟樑之材)임을 우리는 의심하지 않는다.
그는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소년기를 함께 보낸 우리의 이웃 이였고, 고속성장과 개발독재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아침이슬을 함께 부르며 고민하던 우리의 동지였다.

그리고 함께 군가를 열창했던 예비역 육군병장 우리의 전우였다. 흔히들 그를 운(運)좋은 정치인이라고 말들을 한다. 지도자의 운수(運數)는 그것이 나라의 운(運)으로 연결되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온건 합리적 지도자, 화합 형 지도자, 정세균 민주당대표최고위원 취임축하헌정시(就任祝賀獻呈詩)를 여기 진안사람 모두 함께 보내드린다.
 
2008년 7월 6일/해도 밝아라 빛을 부은 이 땅에/잠자던 민중들 일어나 춤추고 노래 부르네/민주당대표최고위원 뽑힘을 축하한다 하네/그에게 새롭게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부르네.
 
이제 민중의 바람이 그 소망이/그와 함께 하기로 오직 하나인 것은/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지 아니하고/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아니하니/민중들 가려움이 어디인가를/찾고 또 찾고 큰 정치가 그것이라 하네.
 
질서가 잊혀 진 푸른 물결 위에서/하늘의 분노가 흔들리지 않았다 하네/이 땅의 민중들 질서 찾아 떠났다 하네/제 길을 찾아오는 마중으로 손짓을 하네.
 
민중들 흰 수염을 날리며 오네/손과 머리 양심과 지혜를 손짓하며 오네/따뜻한 가슴의 오만하지 않은 선악을 찾아서 오네/그와 함께 오래 기억하자고 그에게로 오네/신新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부르며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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