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이야기 58 정천면 월평리 … (1)원월평

▲ 마을 앞 휴양지
진안읍에서 정천면을 향해 가다 대목재를 넘으면 정천면 월평리다. 본래 진안군 상도면 지역으로 정자천이 마을 앞을 휘돌아 반달꼴을 이루며 냇가에 들이 생겨 '월평'이란 이름을 얻었다.

또 풍수지리상 족대벌, 족답월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상조천과 하조천, 오동리를 병합해 지금의 월평리가 됐다. 상전면에 편입됐던 월평리는 1973년 7월1일 대통령령에 의해 정천면으로 다시 편입됐다.

지금 월평리는 원월평을 비롯해 상초(웃새내), 하초(아랫새내), 오동 네 행정리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오동은 용담댐이 건설되고 수몰되면서 터만 남았다.
 
◆여름철에 붐비는 원월평
옥녀봉의 맥이 마을 뒷산으로 이어져 마치 옥녀가 노래를 부르며 하늘로 올라가니, 장군이 따라 달을 밟고 춤을 추는 것과 같다 해 '족답월(足踏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백덕산 산세도 원월평으로 이어진다.

두 산세가 만나는 좋은 풍수다. 그런데 도로가 나면서 백덕산 산세로 이어지는 지맥이 끊겼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잘린 산세를 잇기 위해 돌탑을 쌓았다고 한다.

돌탑은 마을 앞에 두 기와 마을 뒤 진산너머 돌탑거리에 한 기, 모두 세 기가 있다. 지맥을 잇는 것은 물론, 마을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는 수구막이 구실도 하는 모양이다.

마을 앞 돌탑 근처에는 보기 좋은 노송 하나가 듬직하게 서 있다. 휘어진 모양새가 범상치 않은데, 마을에서 가장 큰 나무라고 한다. 기록에는 15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고 전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 소나무가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라고 얘기했다.

이곳을 지나면 마을 안길이 이어진다. 안길은 마을과 하천 사이를 가로지르는데, 마을에서 심어놓은 가로수가 줄지어 있어 상당히 보기 좋다. 길 가장자리는 그늘이 많아 쉬기에 좋고, 하천은 맑은데다 물고기까지 많다. 게다가 주변 풍광까지 훌륭하니 피서지로는 제격이다. 그에 맞춰 민박집도 다섯 곳이나 된다.

인근에서 '롯데가든'을 운영하는 정찬길(47), 장금숙(44)씨는 원월평 만큼 살기 좋고 쉬기 좋은 곳이 없다며 마을자랑을 한참 했다.

"여기는 한 번 와보면 계속 오게 되는 곳이에요. 우리는 전주에 살면서 여기에서 가든을 하는데, 남편은 여기가 좋다고 집에도 가지 않아요. 저만 아이들 때문에 전주 집에 다녀와요."

장금숙씨는 손맛이 아주 뛰어나단다. 특히 민물고기 매운탕은 정평이 나 있는데, 가든 한쪽 벽에는 "맛이 없으면 군부대나 경찰서에 신고해도 좋다."라는 자신감 넘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비가 적게 오고 무더위도 기승을 부려서 피서객이 엄청 많았어요. 마을 안길은 평소에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데, 여름 한 철에는 차가 붐벼서 꼼짝을 못할 정도예요."

전주에서 원월평까지는 단 30분이면 된단다. 정천면과 부귀면을 잇는 도로가 나면서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 인삼을 손질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맨 오늘쪽이 박명자 부녀회장.
◆단합이 잘 되는 마을
본래 이 마을 범위는 도로 건너편 수몰지까지였다. 용담댐이 들어서면서 저지대 열두 농가가 수몰됐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지금의 원월평에 집을 지어 이주했다. 이 때문에 마을에는 새로 지은 신식 집과 흙과 나무로 만든 전통 가옥이 섞여 있다.

문제는 농경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마을에 5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농경지로 활용할만 한 땅은 매우 부족하다. 일부는 민박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농업을 주업으로 삼았던 사람들은 다른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마을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인근 지역으로 나가 농사를 짓고 귀가하는데, 주거지와 일터가 구분된 것이 직장인들 같다. 그래서 낮에는 마을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작목은 인삼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 마을 한가운데 인삼가공시설이 들어서 있다.
가공시설 한쪽에 둘러앉아 인삼을 다듬고 있는 여성 주민들을 만났다. 굵은 인삼을 물에 씻고 잔뿌리를 정리하는 손놀림이 아주 능숙했다.

마을 자랑을 부탁했더니 '단합'이란다. 장씨가 많이 사는 집성촌이기 때문에 주민 대부분이 한 집안 사람이고, 그래서 더욱 단합이 잘 된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었다.

"우리 마을에서는 매년 7월17일에 마을 잔지를 열어요. 부녀회를 중심으로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데, 참 신명나게 놀아요."

함께 일을 하고 있던 박명자(55) 부녀회장은 잔치뿐만 아니라 온 주민이 합심해 관광지로 마을을 가꿔가는 것도 단합이 잘 돼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 마을 초입에 있는 돌탑
◆수많은 마을 전통은 어디에
진안향토문화백과사전에서는 원월평에 여러 전통행사가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당산제, 기우제, 용왕제, 농신제, 영등제, 오쟁이, 디딜방아 훔치기 등이다.

이것은 도로 건너편에 드넓은 농지와 하천이 있었고, 집성촌이라는 특징 때문에 마을에서 전통을 중요시한 것으로 보인다.

당산제는 앞서 얘기한 돌탑에서 지냈다고 하는데, 돌탑은 농로를 확장하면서 허물었다가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 다시 쌓게 됐다고 한다.

영등제는 음력 2월1일에 영등할머니를 융숭하게 대접하는 행사였는데, 영등할머니가 딸을 데려오면 바람이 불어 농사에 어려움이 있고 며느리를 데려오면 비가 촉촉이 내려 농사가 수월했다고 한다.

오쟁이는 하천에 징검다리를 놓으면서 행하는 제의였는데, 짚으로 섬을 만들어 모래와 자갈, 엽전을 넣어 징검다리를 놓을 때 개인적으로 복을 빌었다고 한다.

디딜방아 훔치기는 마을에 천연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주로 하초마을에서 훔쳐왔다고 전한다.

▲ 마을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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