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
지배세력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아서는 안 돼

지난 21일 청소년수련관 2층 강당에서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이 '한국사회 노동문제 바로 알기'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30여 년간 노동 운동에 매진해온 하 소장의 이번 강연은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모습이 담긴 영상으로 시작됐다. 강연 내용을 주요 부분만 정리한다. 이번 특강은 새진안포럼과 전교조진안지회에서 주최하고 진안신문사가 후원했다. -편집자 주-
 

▲ 특강이 끝난 후 사진을 찍었다. 이날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참석했는데 시간이 늦어져서인지 중간에 자리를 뜬 학생들은 기념 촬영을 함께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들은 일본 정치인의 신사 참배를 보고 일본인에 의해 희생된 우리의 선열들을 생각하며 분노를 느끼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현충원 참배 모습에는 조국을 위해 산화한 선열들을 생각하며 숙연한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베트남 국민들이 현충원 참배 모습을 보면 어떨까. 그들도 숙연한 마음을 갖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선열들을 생각하며 분노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 정치인들의 현충원 참배 모습 속에서 베트남 국민들의 아픔을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차이가 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헬렌 켈러를 알고 있을 것이다. 갓난아기 때 심한 열병을 앓아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가 되었고 셀레반 선생을 만나 극적으로 자신의 장애를 극복한 기적의 여인이라고 우리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이 알고 있는 헬렌 켈러는 20세 이전의 모습에 불과하다.

▲ 강의를 하고 있는 하종강 소장
성인이 된 그녀는 장애인 복지활동은 물론 미국 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한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88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녀의 정치적 발언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꺼렸던 미국의 정치권과 언론은 그녀의 활동이 사회에 알려지지 않도록 철저히 막았었다. 그 결과 우리들은 그녀의 20세 이전의 모습만 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들이 사회의 지배세력들이 가르쳐주는 것만 알게 된다면 우리의 의식은 그들에 의해 조정될 수밖에 없다.

사회문제는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 노동문제 역시 노동자 개인이나 기업 노사관계 속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노동자란 단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회는 별로 없다. 파업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은 국가 경제를 위해 파업을 안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럽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업을 지지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그것은 교육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학교 선생님이 노동자냐는 인식이 팽배해 교사 노조를 불온시 해왔다. 반면 유럽은 교장 노조가 있을 만큼 노동조합 결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핀란드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의 70%가 노사관계에 할애돼 있다. 어릴 때부터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교육을 받아 온 사람과 노동문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국민의 대다수가 노동자이기에 노동문제는 곧 나의 문제이자 내 후손의 문제이다. 노동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한번쯤은 의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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