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진안구간 6공구(곰티재~덕천리)

곰티재를 넘어 완주군 소양면에서 노령산맥(금남정맥)의 맥을 뚫고 올라오는 터널은 다시 부귀면 신정리(호수 부근) 일대 산자락을 절단 낸 후 마령면 덕천리 7공구로 이어진다. 당초 노선은 만덕산을 통과하는 것으로 되었다가 일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의 노선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성수면에서 섬진강을 따라 마령면, 진안읍 방향으로 무모하게 진행되고 있는 도로 건설과 성수면에서 마령면 서산마을-월운마을-진안읍으로 이어지는 도로 등 전라북도의 사업과 진안군의 사업이 혼재돼 섬진강과 주위 산천이 무분별 난도되는 현상은 당초 고속도로 건설의 노선과 맞물려 중량감 있는 사업 벌리기의 연장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신정터널 675m, 덕천터널 810m, 판치교 730m 등 터널과 교량이 반복되면서 녹색경관의 미관은 상실되었고 특히, 곰티재 웅치전적비(熊峙戰迹碑)가 있는 역사의 현장을 가까이 가로지르고 있다. 10공구인 장수군 호덕구간에서는 역사유물 발굴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 공사 이전에 웅치전적에 대한 역사 발굴 등 신속한 대응이 없었던 진안군과 대비된다. 호남을 공략하려던 왜군이 웅치를 넘지 못해 조선이 풍전등화의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것은 바로 웅치의 지형적 특징이자 진안 산간부 노령산맥의 혜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산간부로 거침없이 내달리며 들어오는 역질주는 곰티재의 세월 무상이 되어버렸다. 용담호에 이은 또 하나의 상전벽해인 셈이다. 이로써 6공구는 진안의 지형적 특성과 역사의 흔적을, 개발과 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영구적으로 희석시키고 마는 상실을 이 땅과 후세에게 안겨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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