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진안치과 원장

인분(人糞)이 물의를 빚고 있다. 육군 논산 훈련소의 중대장인 이아무개 대위가 지난 10일 오후 4시께 훈련소 화장실 좌변기 20대 가운데 2대에서 용변 후 물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이 지휘하는 훈련병 192명에게 인분을 손가락으로 찍어 입에 넣을 것을 강요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한 훈련병의 가족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밝혀진 것이다. 중대장은 대위는 즉시 구속되었고 국방부는 국민에게 사과를 하였다. 국회의 조사가 되고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모든 언론은 인분사건으로 보도하고 있다. 우리말인 ‘똥’보다는 인분이란 한자어가 훨씬 깨끗하고 고상하여 그렇게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이해되지만 왠지 우리말을 업신여기고 낮추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본론을 벗어나지만 치과에 와서 상담하는 분들 중에 ‘이빨’이란 말 대신 ‘치아’라는 한자어를 사용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 이빨이란 말은 동물에게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고 사람에겐 ‘치아’라는 한자어 대신 짧고 어감도 좋은 ‘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훈련소 인분 사건을 접하면서도 모두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군대란 원래 그런데 아닌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 까지 하는 것이 군대다. 그리고 그런 고생해야 사람되고. 그래야 사회 생활을 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군대라지만 똥을 먹이는 것은 너무하다. 요즘 힘 없고 빽 없는 사람들만 군대간다. 그리고 높은 분의 자식들은 거의 군대 안 가는 게 현실이다. 군대 간 것도 억울한데 똥까지 먹으라니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분개한다. 현상적인 비판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일이 생겼고 무엇이 잘 못이고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이번 인분 사건을 일회성 해프닝으로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구속된 이 대위를 옹호하는 듯한 말을 해서 비난을 받고 있는 여당 국회의원의 생각에도 빠뜨리지 않고 점검해야 할 점이 있는 것이다. 처음 박찬석의원은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가 사고도 내는 법”이라고 하여 이 대위의 순수성을 인정하고 옹호하는 듯한 말을 해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분명히 잘못한 일이지만 개인의 영달을 위해 한 행위는 아니었고 이 대위의 행동을 돌발적인 정신병자적 망동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이 대위에 대한 비난을 넘어 군 전체 문화개선에 나서야한다.”고 해명했다. 이제 군사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한국군은 6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해방직후는 합법정부의 군대는 아니었지만 경찰과 함께 치안과 국방을 지켜왔다. 그 60년 동안 많은 영욕의 역사를 안고 있다. 제주 4.3사건에서 여순 사건으로 그리고 한국전쟁과 전쟁중에 있었던 거창등 양민에 대한 아직도 확실히 해명되지 않은 사건들이 있었다. 박정희에 의한 5.16 쿠데타, 12.12라 불리는 군의 하극상 사건, 광주민주화 운동에 군의 무자비한 진압과 뒤이은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 그것이다. 이승만 이후 김영삼 정권이전의 한국의 역사는 군의 역사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당시의 군은 성역이었다. 모든 권력의 핵이 군이었다. 어떤 비판도 가능하지 않았으니 개혁은 존재 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변화되어야 한다. 과거의 군은 상관에 절대 복종을 해야했다. 군의 기강 확립이라고 하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지금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군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군의 지도급 고위장교들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을 배신하는 명령에 복종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과거 나의 군 시절엔 이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군에서의 절대 복종은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것’이고 무조건 아무 생각 없이 따르라는 것이었다. 잘못된 명령엔 복종해서는 안 된다. 쿠데타에 동원되어서도 안되고 12.12와 같은 계엄사령관을 체포하는 하극상에 나서서도 안 된다. 봄 광주에 가서 민주화 운동을 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해서도 더욱 안 된다. 그러나 1980년 봄 광주에 있었던 사병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당시의 군은 오로지 상관의 명령에 대한 절대 복종만을 요구 했다. 그 당시 모든 훈련병에게 ‘똥’을 먹게 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인 것이다.나라를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힘이 없으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 주권을 빼앗기는 나라들을 보면 더욱 절실하다. 최근 이라크의 경우를 보면 더욱 잘 나타난다. 사담 후세인의 독재 권력 하에 있었기에 그 군대는 미국에 힘없이 패하고 말았다. 지금 이라크의 저항군은 후세인 하에서도 탄압 받던 시아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발적인 힘들이기에 미국에 대한 저항이 가능한 것이다. 민심과 함께 했던 이순신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군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일반적인 수준으로 판단해보면 정확한 정보와 올바른 판단으로 훈련된 병사들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장비와 작전이 고도로 발전된 현대전에선 개개 병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제 병사의 징집에서부터 군의 훈련 방법, 그리고 작전까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된다. 추운 겨울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모든 대한 민국의 모든 군인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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