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새해에 들면 담배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준다고 한다. 새해부터는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담배판매량이 원상을 회복하는 것을 보면 담배 끊기가 얼마나 힘든가 하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다.

흔히들 담배는 백해무익하다고 한다. 하지만 애연가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담배의 해독을 설명하는 글이나 화면이 매스컴에 나오면 담배를 끊겠다는 생각하기 보다는 외면을 해버릴 정도다.

담배의 마력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흡연이 습성이 되면 잊으려고 하되 잊을 수 없으므로 상사초(相思草)라는 명칭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담배가 얼마나 끊기 어려운 물건이냐 하면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내가 겪은 일 중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다. 나는 그것을 천 번이나 끊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톰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은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담배가 백해 무익하다고는 하지만 '임어당' 같은 사람은 담배 애찬론자이다. 그는 <생활의 발견>에서 "담배는 크게 인간의 창조력을 북돋아 주어 상당히 오랜 세월에 걸쳐서 공적을 쌓아 왔다." 또는 "담배를 피우는 데 있어서 얻어지는 예술적 문학적인 가치는, 우리들 끽연가가 한동안 금연을 했을 경우 무엇을 잃어버리게 되는가를 상상해 보면 스스로 알 수 있다."고도 하였다.

'김동인'은 "우중(雨中)에 떠오르는 연초 연기는 시인에게 시(詩)를 줄 것이며 암중(暗中) 연초는 공상가에게 철리(哲理)를 준다. 식후의 제일미(第一味), 용변시의 제일미, 기침(起寢)의 제일미쯤은 상식적이다."고 담배를 옹호하고 있다.

줄담배로 유명해 그의 호 공초(空超)를 빗대 꽁초 또는 골초라 불린 문인 '오상순'도 담배 애찬론자다. "내가 싫어하는 글자로는 '금연'이라는 두 자다. 이 두 자를 볼 때는 무슨 송충이나 독사를 보는 것같이 소름이 끼친다."

그러나 갈수록 금연구역이 늘어 애연가들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담배의 효용보다는 담배의 해독이 높다는 데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가기 때문이다. 담배를 못 끊는 것은 심리적 요인보다는 생리적 요인이 더 큰 모양이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과 각종 화학성분은 심장과 혈관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즉 담배를 피우면 일반적으로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비정상이 오래 계속되면 그 비정상이 바로 정상이 되고 정상이 비정상이 된다. 골초가 담배를 끊으면 심장박동이 느려지니(정상이 되어가니) 생활리듬이 이상한 것처럼 느껴져 정상이 아닌 것처럼 인식된다. 악전고투 끝에 그 경지를 벗어나도 어떤 복잡한 경계에 부딪치면 그 경계를 벗어나고픈 생각에서 다시금 담배를 피워 물기 예사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각종 제약 때문에 불편함이 많다. 대중교통, 공중시설 등에서 담배를 참는 고통이 간단하지 않다. 또 우리나라는 어른 앞에서 담배를 안 피는 풍속이라 가족모임이 있어도 젊은 애연가는 수시로 나와서 산책을 하는데 그것은 바로 담배 때문이다. 또 이제는 아무리 가장이라도 마누라, 애들 눈치에 집안에서도 담배피기가 자유스럽지 못한 모양이다.

담배를 무척 많이 피우던 아일랜드의 어느 정치가는 정치적 격변기에 징역을 살러 가는 길에서 파이프에다 담배를 채우고 막 불을 붙이려 하다가 갑자기 손을 멈추고 나서 "놈들이 나를 옥중에 가둬 나의 즐거움을 뺏는 대로 내버려 둘 것 없이 스스로 끊어 버리자."라 말하고 당장 파이프를 내버리고 그 이후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한다.

형무소에서는 어차피 못 피울 담배이니 스스로 끊어버리자는 이 발상이 가장 쉬운 금연방법인 듯하다. 사무실에서, 장거리버스에서, 극장에서 등등 여러 시간씩 담배를 못 피우는 고통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끊어버리는 것이 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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