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2009 신춘방담(新春放談) ⑦
윤 영 신(서울타임스회장)

◆인간이 사는 곳, 거기 인간의 향기가 있는 곳.
난치병 어린이를 위해 써 달라면서 두 차례에 걸쳐 60억 원을 기부한 한 할아버지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면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그 할아버지는 기부란 판단이 흐려지는 70세 이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신다.

아울러 자신의 기부결심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준 두 아들과 한 딸에게 고맙게 생각하며 무척이나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신다.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의 60억 원은 상당히 큰 돈이다. 본인도 그렇지만 세 자녀들에게도 그 돈이 그들에게 자신들의 몫으로 아까운 그 것 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고통 아닌 그 돈의 기부가 사회 한쪽의 고통 속에서 힘들어 하는 어린이들과 그 주위의 사람들에게 전하여지는 행복을 보면서 지극히 평범한 표정을 갖고 일상(日常)으로 돌아 갈 수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가끔씩 아직도 이세상이 그래도 살아 갈만 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행복의 진리가 아직은 우리 곁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된다.

십여 년 전, I.M.F라는 생소(生疎)한 한파(寒波)가 우리들을 몹시도 춥게 하고 있었다. 노숙자가 늘어나고 때 아닌 생이별의 고통이 곳곳에 이산가족으로 흩어지고 참 어려운 시절 이였다. 신용불량자는 인생의 불량자로 늘어나던 그 시절에도 우리의 생존방법은 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만 있었다.

금모으기가 그것이었다고 기억이 나는 것은 요즘 금값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오르고 있다는 소문 때문만은 아니다. 백일반지, 돌반지, 결혼반지 등은 몰려나오는데 보기 좋고 값나가는 행운의 열쇠, 금송아지, 금돼지, 이런 것들은 자취를 감추더라는 종로금방의 그 친구 이야기가 자꾸만 귓가를 맴돌아서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또는 저 머지않은 그 전 날, 나라를 적도(賊盜)들에게 넘기고도 태연하던 그 인간들이 들고 나올 금송아지, 금돼지 사냥을 기다리며 지켜보는 종로금방 그 친구를 미워할 수 없는 것도 인간의 감성계(感性界)에 잠겨있는 현상계(現象界)의 역할을 보기 때문이다.

정신적 빈부(貧富)의 양극(兩極)이 도덕(道德)적 양극(兩極)으로 비례(比例)하는 것이 대(代)를 이어 계속되는 것은 인간의 몸속에 항상 흐르고 있는 핏줄기의 양극성 때문이다.

인간이 형태를 갖추고 있는 사물을 보면서 자연일반과 지각된 현상과 물질적 체험을 느끼는 것과 초경험적인 우주의 근본원리를 마음에 느끼면서 유형현상(有形現像)을 초월하는 정신적 체험을 갖는 것도 형이하(形而下)와 형이상(形而上)의 양극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아(自我)는 인식(認識)의 주관(主觀)이다. 대의(大義)란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키고 행하고 간직하여야 하는 인간의 큰 덕목(德目)중의 하나다. 대아(大我)는 우주가 갖고 있는 유일절대(唯一絶對)의 실재(實在)속의 참된 자신을 말한다고 사전은 말한다. 소아(小我)란 이에 대응되는 언어로서 현상계의 자아이며 현실과 본능에 집착하는 인간의 실체이다.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일을 꾀하고 사건을 진행하는데 내세우는 합당한 구실이나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인간으로서 반드시 그리고 마땅히 지키고 행하여져야 하는 도리이고 본분인 것이다. 인간들의 사회에서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배반의 명분 찾기에 연연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많아서 인간은 불행한 것이다. 참으로 말들은 잘도 하면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율배반(二律背反)을, 그 인간의 불행한 이야기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심순애의 다이아 반지는 인간사회의 부정적 배반의 그림자로,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는 긍정적 대의명분의 대명사같이 우리 인간사회에 회자(膾炙)되어 있는지는 벌서 오래전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쩌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다만 인간이 만들어 낸 장한몽이라는 픽션(fiction) 속의 또는 삼국지연의라는 그 것 속의 이야기였다고 그렇게 기억하자. 다만 우리는 그 이야기들을 우리의 마음에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수는 있겠다.

인간이 사는 곳, 그 어디나 긴장은 있다. 그 긴장이 항상 그 인간의 긍정적 소통(疏通)으로 이어져서 우리 인간의 그 고향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향기로 우리 인간들에게 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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