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규홍 <새진안포럼·주천면 무릉리>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모든 전기통신사업자는 보편적 역무를 제공하거나 그 제공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의무가 있다' 고 명시돼 있다. 보편적 역무란 전기통신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을 내면 기본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받을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듯하다. 기존 마을에서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만 원에 이르는 가설비를 내야 유선전화를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유선전화가 없으면 당연히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텔레비전(IPTV) 같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그야말로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형국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라고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귀농, 귀촌인들의 경우 기존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새로 집을 짓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살림살이에서 필수항목인 물과 전기, 전화 등의 해결은 오롯이 건축주의 몫이 된다. 이건 본토박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리라. 그나마 전기는 마지막 전봇대에서 200미터까지는 기본요금이 적용되므로 부담이 덜 가지만 전화는 경우가 다르다.

KT는 자기들이 정한 유선전화 이용약관에 따라 외딴곳(조건부 가입구역)의 청약자에게 전화가설비를 일방적으로 부담시키고 있다. KT의 이용약관에 따르면, KT 소유의 전주에서 전화 설치하는 곳까지 거리가 80m 이내일 때는 무료로 가설해주지만, 80m~200m까지는 전주 하나당 10만원씩, 200m 이상은 전주 값과 공사비 전액을 가입자가 지불하도록 돼 있다.

마을에서 500미터가량 떨어져 있는 필자의 집도 아직 유선전화가 없다. 작년에 신축을 하고 이사를 했는데 전화를 옮기려고 했더니 가설비가 600만 원정도 든다고 한다. 그게 부담스러워 아직까지 전화와 인터넷사용을 포기한 상태다. 아이들이 인터넷 좀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불평할 때마다 뒤통수가 간질간질하다.

이런 사실을 우리 가족은 외딴곳에 집을 지은 우리의 잘못이거니 생각하고 달리 해결방법을 고민하지 못했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란 걸 며칠 전 신문을 보다 알게 됐다.

앞서도 밝혔듯이 전기통신사업법은 보편적 서비스의 개념에 대해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통신서비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2001년에 '보편적 서비스 손실금 분담 제도'라는 게 도입이 됐는데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KT가 우리 같은 골치 아픈 고객을 위해 법에 정한 대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다른 통신업체들이 매출액 크기에 따라 KT의 손실부분을 분담해서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KT가 이용자에게 전화가설비를 별도로 청구하는 것은 '보편적 서비스 손실금 분담 제도'를 모르고 있거나 무시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KT의 유선전화는 분명 보편적 서비스이면서도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는 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는 가설비 때문이다. 보편적 서비스의 손실금 분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만들어진 현재의 KT 이용약관은 하루속히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민영화 이후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는 KT의 장삿속도 문제지만 이런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개선에 나서지 않는 군의 행정도 문제다.

 '귀농, 귀촌일번지'는 우리 진안군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이며 대내외로도 주목받고 있는 군의 주요정책 중 하나다. 필자가 알고 있는 귀농인들 중에 집에 유선전화가 없는 집이 의외로 많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군의 정책을 믿고 외지인들이 진안을 찾아와 새로 집을 짓고 정착하는데 겪는 어려움을 군의 행정이 함께 풀어가려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일이니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는 건 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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