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삼인호성(三人虎成)이란 중국의 고전 <한비자>에 있는 말로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말로 한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모두가 믿지 않겠지만 두 사람 째가 같은 말을 하고 세 번째 사람도 같은 말을 하면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뜻이다.

지금 조중동이 지배하고 있는 신문언론시장이 바로 그 형국이다. 조중동은 첨예한 사회적 의제가 발생하면 옳고 그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파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부터 따져 유리한 국면이면 확대 재생산하고 불리하면 축소 은폐에 급급하다. 사회적 파장이 너무 커서 축소 은폐가 곤란하다싶으면 양비론을 내세워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치혐오증으로 몰아가 버린다.

이번 용산참사에 대한 그들의 보도 태도를 보면 확연히 들어난다. 용산참사는 공권력을 함부로 행사하다가 자국국민을 6명이나 희생시킨 사건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농성철거민들의 과격한 시위방법 때문에 공권력 투입은 불가피했다고 강변했다.

더 나아가 전국철거민연합의 개입 등 철거민들의 부도덕한 투쟁방법을 집중 보도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누가 잘못했는지 어리벙벙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른바 그들의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철거민들의 투쟁방법이 아니라 그런 방식의 공권력 투입이 정당했는가 하는 점이었지만 조중동은 일부러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의 본질을 흐려버린 것이다.

이런 사례는 하나 둘이 아니어서 예거하기에도 피로하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만 들어보자.
가령 어떤 국가적 의제나 담론에 대한 정당 또는 사회단체의 성명이나 인터뷰가 있을 경우 자신의 입맛에 따라 인용보도하거나 누락시키는 경우다. 차마 누락시키지는 못하더라도 독자들의 눈이 잘 띄지 않도록 단신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 의도적인 악의 보도다. 가령 국회청문회장 등에서 장시간 진행하다 보면 질문자나 답변자나 웃는 장면도 있을 것이고, 졸거나 찡그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를 사진기자들은 열심히 찍어 보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운 쪽은 졸거나 곤혹스런 표정을 하거나 찡그리는 등 부정적인 면모가 찍힌 사진으로 골라 보도하고 반대편은 긍정적인 표정의 사진을 골라 보도한다. 사진이 이럴진대 그들의 언동에 대한 보도태도는 불문가지다.

또한 통계자료도 멋대로 왜곡 인용한다. 참여정부시절 경제성장률이 4%선이었는바 참여정부를 깎아내리기 위하여 통계를 왜곡 인용한다. 즉 세계경제성장률이 평균 5%를 넘어섰는데 우리나라만 4%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써댄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통계를 그처럼 인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OECD에 가입한 경제대국이다.

OECD에 가입한 국가중 당시 5%를 넘는 나라는 없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연합도 2%대였다. 만약 정상적으로 OECD 국가와 비교했더라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율은 우수했다고 평가받았을 일을 굳이 세계의 경제성장율에 대비한 것은 그 기자의 무식 때문으로만 볼 수는 없다. 공부를 안 한 학생이 공부를 하면 단기간에 10점, 20점을 뛰어 오를 수가 있지만 90점을 넘는 우수한 학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10점을 뛰어넘을 수가 없다는 단순한 이치를 그 기자가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가치관이 살아있는 사회라면 이런 몰상식한 언론들이 살아남았을 리 없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독재정권들의 우민화 정책이나 불행한 역사로 인한 레드컴플렉스, 또는 금전만능주의, 금전지상주의 등 천박한 사고가 어우러져 이런 조폭적 언론들이 나라의 담론을 지배하는 딱한 사회가 되었다.
우리나라가 바른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언론이 제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이는 바로 독자(국민)들의 몫이다. 함석헌 선생의 말씀처럼 '생각하는 국민이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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