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메시지·

▲ 정식수(마지아) 신부(천주교 진안성당)
교회가 돌아가셨다가 사흘만에 부활하셨다고 고백하는 구세주 예수님의 삶은 이랬습니다. 세상이 자기 뜻을 고집할 때,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고집하셨습니다.

세상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며 자기 자신의 영광을 추구할 때, 예수님은 아버지를 드러내시려 하셨고,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려 하셨습니다. 세상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 다툴 때, 예수님은 낮은 자리로 가서 종이 되셨습니다. 세상이 죄인들과 비천한 사람들을 천대하며 멸시할 때, 예수님은 그들을 친구가 되시어 음식을 함께 나누셨고, 사랑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더더욱 그러하셨습니다. 한결같이 죄인들을 아끼시고 사랑해 주셨고, 그들에게서 죄를 씻어주시려 당신 몸을 바치셨습니다. 우리에게서 죄를, 그 결과를 떼어놓으시려 돌아가셨습니다. 살해되셨습니다.

그분의 삶은 실패한 것일까? 그분이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그토록 사랑과 자비를 고집하고, 아버지 하느님을 따름으로써 얻은 것은 무엇인가? 십자가에 달려 죽어버리는 것이 하느님 나라인가?
세상은 그분의 삶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립니다. "그자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루카 23,21) 결국 그분께 사형선고가 내려졌고,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이제 정말로 그분의 삶이 실패한 것이 확실하다며 사람들은 조롱하고 희롱하고 모욕하였습니다.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루카 23,35-39)

하지만 사람들의 판결로 예수님을 향한 판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바보같이 보이는 사랑의 삶, 낮은 자리에서 종이 되는 삶, 십자가형에 처해진 마지막 삶에 대한 판결, 그 최종 판결은 아버지 하느님께서 내리셨고, 그 내용은 "부활"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지만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옳았던 것입니다. 그분이 보여준 사랑이야말로 사람들이 목숨을 걸어야 할 가치입니다.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것이야말로 영광과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새로운 문이 열렸습니다. 죄와 죽음 때문에 닫혀져 있어서, 있는지도 몰랐던 그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절망에서 떨치고 일어나 희망으로 살 수 있게 하는 부활의 문이 열렸습니다. 비록 우리 삶에서 고통이 치워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예수님처럼 끝까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사랑하면, 그런 고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알렐루야! 우리 주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사람들을 당신께로 부르시어, 당신을 믿는 사람들을 죄와 죽음의 올가미에서 구원하시어 하늘에 이르게 하십니다! 구세주 예수님은 우리를 하늘의 사람이 되게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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