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희망을 찾아서 43
주천면 신양리 봉소마을 이복수 씨

▲ 이복수씨
농번기, 이맘때가 되면 농부들은 몸도 마음도 바쁘다.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논에는 모내기 작업이 마무리되어가고, 밭에는 고추 모종과 콩, 들깨 등을 심기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일이 끝나고 나서야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다. 주천면 신양리 봉소마을에 살고 있는 이복수 씨. 그도 잠시나마 여유가 있다. 하지만, 농촌의 반복되는 삶에 여유란 농민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씨에게는 또 다른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고 자란 곳에서 농군으로
이복수(57)·최배순(52)씨 부부는 어머니 강옥순(87)씨를 모시고 있다. 여느 농촌 가정처럼 단란한 삶이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이 바로 부지런함이다. 이들 부부에게서 게으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씨가 짓고 있는 농사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하지만, 올해는 이복수 씨 혼자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올해 농사를 많이 안 졌어요. 지금까지는 아내와 함께 모든 일을 했지만 올해는 혼자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죠. 아내가 허리를 다쳤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농사일을 줄인다고 줄였어요."

농사일을 줄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복수 씨와 아내 최배순 씨가 할 일은 많다. 벼농사와 인삼, 복분자, 고추, 자두, 천마 등이 이들 부부가 돌봐야 할 작물이다. 농촌에서 부지런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이 많은 일을 부부가 함께했다.
 
아내에게 말 못하는 고마움
이복수 씨는 아내 최배순 씨가 살아온 과정을 무척 잘 알고 있다. 집안일에서부터 1남 3녀를 키우는 일까지 모두 도맡아 했다. 더불어 농사일까지 도왔다.

이복수 씨는 이 모든 삶을 옆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이러한 고마움은 아내가 아프고 나서야 더욱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다.

"아내가 엄청나게 많은 일을 했어요. 그래서 고장이 난 것이죠. 아내가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되었죠. 혼자 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어요. 밥도 해먹어야죠. 빨래해야죠. 이때 세탁기를 처음 돌려보았어요."
아내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못 배운 한 자식에게 보상
이복수 씨는 새벽 4시부터 일을 시작해 밤늦게까지 한다. 이러한 일들이 날마다 반복됐다. 정말 억척스럽게 일을 했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그렇게 일을 한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배우지 못한 한을 대물려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다.

"저는 많이 배우지 못했어요. 그래서 자식만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죠. 제가 배우지 못했으니까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죠. 지금은 보람을 느낍니다. 딸들은 모두 직장을 잡았고, 아들은 대학에 다니고 있죠."

이씨는 태어날 때부터 일복을 타고난 것 같다. 그의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복분자 수확을 위해 잠시 휴식
모내기를 끝내고 잠시 휴식 기간을 갖고 있는 이복수 씨. 그는 복분자 수확을 위해 준비 중이다. 오는 20일이면 복분자 수확이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보고 배워온 이씨는 때를 기다릴 줄도 안다.
농사는 때가 있어 잠시 잠깐의 여유도 소홀히 지나치는 법이 없다. 다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농사는 놀면 안돼요. 일을 할 때 안 해놓으면 헛것이 되죠. 그래서 농사는 때가 있다고들 하죠. 날마다 해야 하는 것이 농사예요. 그래서 힘들 때도 있어요. 너무 과하면 버티기 어렵죠. 조금씩 매일 일 해야 해요."

이복수 씨는 하루도 아플 날이 없는 것 같다. 그런 그는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남 일을 도와주며 농촌의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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