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한문소설 허생전(許生傳)에서는 허생이 돈을 버는 과정이 나오는데 요샛말로 매점매석행위를 한다. 먼저 곶감, 대추, 밤 등 제수(祭需) 물건을 몽땅 사들인다. 우리의 조상님들 굶어도 조상 봉제사(奉祭祀)는 했으니까 제수가 품귀하니 값이 폭등한다. 다음에는 갓의 원료인 말총을 사들인다. 우리의 선비님들 밥은 굶어도 의관은 정제해야 하니 역시 값이 폭등한다. 값이 오를 만큼 오른 뒤에 사들인 물건을 팔아 큰 이문을 남긴다는 내용이다. 멋진 아이디어 같지만 매점매석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상행위다.

어느 영화제목처럼 보이는 이 글의 제목은 어느 블로그에 실린 글의 제목이다. 그 내용이 우리나라의 부동산 실태를 잘 보여주고 있기에 여기에 소개한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가구의 6.6%에 불과한 105만 가구가 소유한 주택이 477만 채로 가구당 평균 5채씩 갖고 있다고 한다.

'집 많은 사람' 중에서도 최고 집부자는 혼자서 1,083채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집 한 채씩을 가진 가구, 즉 1가구 1주택자는 총 836만 가구로 전체의 52.7%를 차지한다.

'집도 없는 사람'은 자기 소유의 집 없이 남의 집을 떠돌며 셋방에 사는 사람들로 전체의 36.8%인 576만 가구가 이렇게 살고 있으며, 집이라 할 수 없는 지하방, 옥탑방, 판잣집, 비닐하우스, 움막, 동굴, 쪽방 등에 사는 '집에도 못사는 사람'은 전체 가구의 4.3%인 68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집들을 많이 소유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자본의 논리는 돈이 되는 곳이면 안 가는 곳이 없다. 그런데 주택을 매점매석하여 이익을 보면 큰 사회문제가 된다. 그들이 버는 돈은 바로 집이 없어 집을 사는 실수요자들의 주머니를 약탈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위의 통계에서 보듯 집을 두 채이상 보유한 사람이 한집으로 줄이면 372만 채로 '집 없는 사람' 644만 가구의 58%에 집을 공급해 줄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돈을 버는 것은 장려해야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돈을 버는 것은 '버는' 것이 아니라 '도둑질'하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필수품인 의식주(衣食住)를 매점매석하여 돈을 버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다. 헌법도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파렴치한 행위를 제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합법을 가장한 투기를 일일이 대응할 수가 없어 부동산관련 세제나 주택담보대출을 올리는 금리정책으로 조절하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이 내려가는 추세이다. 집값이 내려가도 1가구 1주택자는 값이 오르던 내리던 어차피 거기 살아야 하므로 상관이 없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하여 집을 많이 소유한 사람은 집값이 내리면 손해다. 그러나 살기 위하여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이익이 된다.

앞서 거론한대로 집값은 투기의 결과 실제가보다 몇 배의 거품이 끼어있다. 이 거품이 바로 투기자들의 이득금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투기이익까지 정부가 보호해 줘야할 의무는 없을 것임에도 집값이 좀 내린다 싶으니까 정부는 부동산관련 세제나 규제를 대부분 풀어버리고 건설사 미분양아파트를 국민의 세금으로 사주려 한다.

부자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하여 그야말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독자께서는 (http://blog.naver.com/yalee1212/50037361086)를 방문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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