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령전파사 ☎432-2582

▲ 양시진씨가 구슬땀을 흘리며 전기밥솥을 수리하고 있다.
마령면 평지리에 위치한 마령전파사, 가게 앞 화분에 심은 수국이 눈에 띈다. 나무로 만든 미닫이를 열고 들어가 보니 옛날 모습 그대로다.

"10년 전에 한 번 왔었는데 몇 년째 되신 건가요."
나의 물음에 가게 주인인 양시진(67)씨는 "마령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지." 라고 대답한다.

10년이 웬 말인가. 19살 통신학원에서 배운 기술로 40년 넘게 마령에서 전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스탠드 앞에는 십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밥통이 분해 되어있다.

미간에 주름을 잡아가며 일에 집중하는 모습은, 프로다. 물건을 맡기면 웬만하면 당일에 원상복구 시킨다.
"그는 요즈음 사람들은 고쳐 쓰기 보다는 새로 사서 쓰는 일에 익숙하니까."라며 가전제품을 수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곳곳에 유명회사 대리점이 생기다보니 전파사는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근처 주민들이 건전지, 형광등을 사러 오거나 가뭄에 콩 나듯 오래된 가전제품을 수리하는 역할이 전부다.

그는 "옛날엔 태풍 한번 불면 안테나 다느라고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라고 말한다.
유선이 들어오기 전에는 얼마나 바빴을지 짐작이 간다.

이십년도 넘은 텔레비전, 선풍기, 언젠가는 박물관에서나 보게 될지도 모르는 모델이 진열되어있다. 유리 진열대 속에 놓인 시계가 욕심난다. 전파사라는 이름도 낯선 요즘 아이들이 이곳을 보면 얼마나 신기해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향 지키면서 이것도 안하면 낙이 없잖아"라고 말하는 그는 고향을 찾는 선후배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흐뭇해한다고 한다.
돈벌이는 안 되지만 40년 동안 이 일에 몸담은 그는 전문가다. 십년 뒤에도 문이 열려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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