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지금의 보턴식 전화기를 처음 개발한 곳은 우리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30년 전의 전화기는 다이얼식이었다. 그런데 다이얼은 돌리는데 시간이 들뿐 아니라 재발신장치, 기억장치 등을 사용할 수 없어 불편하였다.

이에 한국의 기술진들이 보턴식 전화기와 교환시스템을 만들어 특허를 내고 체신부에 그 기술의 채용을 요구하였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이에 기술진들은 할 수 없이 그 특허권을 미국의 어느 회사에 45만 달러라는 헐값으로 팔아버리고 말았다. 한국의 체신부가 그런 획기적인 신기술을 채용하지 않은 것은 기존의 전화기 제조회사라던가 교환기 제조사 등 납품업체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한 처사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때문에 한국의 전화이용자들은 그 뒤로도 6,7년간을 더 그 불편한 다이얼식 전화기를 사용해야만 했고, 보턴식 전화기로 바꿈에도 외국회사에 엄청난 로열티와 기술료를 물어야 했다. 몇몇 업자의 이익을 지켜주느라 엄청난 국부가 새나간 것이다.

국민의 정부시절부터 IT(information technology)라는 정보기술산업을 중점 육성하여 그때부터 한국은 전 세계의 IT를 주도하기 시작했고 모든 전자 장비의 테스트 현장으로 변했다. 국민들은 최첨단 기기에 관심과 열정이 많았는데 여전히 그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통신 분야에도 IT산업의 발달에 따라 획기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먼저 인터넷 전화의 등장이다. 인터넷에 음성정보를 싣기는 간단하므로 인터넷이 들어간 집이라면 구태여 유선전화를 달 필요 없이 인터넷에 단말기와 전화기만 달면 된다.
따라서 유선전화 전국망을 가지고 있는 KT는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유선전화 요금을 대폭 할인하였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경쟁은 좋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무선전화, 즉 휴대폰이다. 우리나라 휴대폰 사용요금은 세계적으로 비싸다고 한다. 또 데이터 사용요금도 엄청나 휴대폰을 이용한 인터넷 사용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는 <아이폰>이란 단말기가 선풍 같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아이폰은 휴대폰을 사용할 수도 있고, 무선 인터넷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전 정부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을 여러 가지 기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했었던 전략 중에서 가장 우선한 것이 <와이브로>였다. 정부는 와이브로의 확장을 통신업체들에게 적극 권장하였다.
와이브로는 초고속 무선 인터넷 망을 말하는데 와이브로망이 설치된 곳에서는 무선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외국 통신사들이 이제서야 기존 통신의 업그레이드 형으로 와이브로와 비슷한 LTE(Long Term Evolution)라는 이름의 새로운 방식을 테스트하고 있는 반면에 와이브로는 모든 개발을 끝내고 상용 서비스에 들어 가 있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은 처음부터 인터넷 접속 위주로 설정했기 때문에 음성 통화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너무도 앞선 이 최첨단의 기술은 그러나 장사 잘되고 있는 휴대폰 업체들에게는 일시적으로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얼마 안가 지금의 휴대폰이 사라지고 인터넷폰으로 대치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신회사들은 와이브로망 확장에 매우 소극적이고 아예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이는 큰 문제가 따라온다. 우선 휴대폰시장이 이대로라면 통신회사들은 엄청난 돈을 벌겠지만 세상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최신 기술을 두고 구식기술의 카르텔이 얼마나 갈지도 모르겠고, 특히 문제는 우리나라가 신기술도입을 미루는 동안 외국의 경쟁업체들이 추월해버려 우리나라는 IT강국의 지위를 잃고 IT기술도 외국에 종속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직접 이해당사자인 통신업체들에게만 맡겨놓아서는 안될 일이다. 지나간 정부들처럼 이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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