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면 행복한 노인학교 개강 및 마을박물관 개관식

▲ "이게 풍로야 풍로"
봉곡교회 유승룡(41)목사가 이끄는 '행복한 노인학교'에 마을박물관 문이 열렸다.
동향면 학선 청소년수련관에 있는 행복한 노인학교는 3년 전 유 목사가 '만남의 장이 없으면 소통의 장도 없다'는 뜻을 가지고 출발한 곳이다.

"여기 있는 노인들은 문화도 없고 훌훌 떠날 교통도 없습니다. 집에서도 TV, 회관에서도 TV가 대부분일 정도죠. 아침이 오는 게 무섭다는 말을 듣는데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곳에 있는 세 개의 교실 중 두 개의 교실에서는 동향면 어르신들의 수업이 이뤄진다.
남은 한 교실에 마을박물관이 지어지면서 노인이 주체가 되는 공간이 또 하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 8일은 '행복한 노인학교' 5학기 개강식과 함께 마을박물관을 선보이는 날이었다.

노인학교 어르신들이 옛 물품들을 기증하면서 박물관에 수십 년 전 그들의 삶이 놓여졌다.
"구들방에 불을 지피는데 썼었는데…. 몇 년 됐는지도 몰라."
한 어머니는 박물관에 기증한 쇠붙이로 만든 풍로가 기특한 눈치다.

77년도에 쓴 일기장, 50년이 넘은 사주단지, 쌀 뜨던 됫박, 베틀, 무명 적삼, 배냇저고리, 흑백 사진첩까지 놓였는데 오랜 세월의 냄새가 가득하다.

마을박물관은 이재철씨가 '귀농귀촌인지역사회기여사업'의 지원을 받아 기획한 것이다.
"올 봄부터 집집마다 방문해서 수집했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지나간 이야기를 듣는 거죠. 그러다 보면 자신들도 몰랐던 물품이 나오더라고요."

그동안 노인학교에서 함께 일을 거들어 온 이 씨는 어르신들과 스스럼없는 사이가 된 후 집 구석구석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녀가 먼저 돌아가시거나 실종된 사연들, 어르신들의 이야기 들으면서 누군가나 이걸 수집하고 기록해야는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래된 사진 한 장에도 구구절한 사연을 쏟아내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세월을 더듬으면서까지 꺼내주신 보물이라는 것이다.

이사를 가지 않거나. 수리를 덜한 집일수록 그 보물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요즘 세대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면 쉽게 공감을 이루지 못하잖아요. 박물관을 통해 어르신들의 손녀나 도시사람들에게 노인들이 살아온 세대와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인력과 재정난, 일반인의 소유가 된 학교를 맘껏 개조하지 못하는 형편에도 노인학교와 마을박물관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유 목사는 "농촌 구석구석이 노인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였는데. 노인을 위하는 건 그분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도 뜻을 함께하는 선생님들과 지역주민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라고 이야기한다.

노인이 주인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있는 지역주민들, 이들이 모이는 공통된 이유 중에 하나는 노인들의 행복인 듯했다.

▲ 이집, 저집에서 꺼내놓은 앨범구경에 이야기가 그칠 줄 모른다.
▲ "이 베틀 내가 기증했어요."
▲ 지나간 추억을 다시보니 웃음이 나오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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