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선 국민연금관리공단 남원지사장

꼬박 꼬박 부어놓으면 착착 나오니까.. 아~거의 효자예요. 이 말은 요즘 TV 및 라디오에서 방영되고 있는 국민연금 켐페인으로 가수「현숙 vs 흥국」씨의 대화 내용이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효라는 인식은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도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지만, 산업화나 핵가족화 등으로 부모를 모시는 가정이 크게 줄어들면서 그런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오히려 부양의무에 소홀한 자식을 상대로 부모의 부양료 청구소송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야 자녀에게 대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2004년 통계에서 88.5%로 나타나 지난 98년 조사 때의 78.6%에 비해 10% 포인트나 높아졌다고 한다. 위의 대화 내용처럼 이제는 자식이 효자가 아니고 내 노후를 책임져 줄 수 있는 “국민연금”이 효자라는 뜻에 실로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제도가 꼭 필요한 제도임에도  일부 국민들의 불만이 확산된 것은 “2047년경에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큰 불신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연금은 반드시 지급이 되고, 또 세계 어느 나라도 기금고갈로 인하여 지급을 중단하는 사례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기까지는 충분한 홍보를 통한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한 공단에도 책임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전문가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생활수준 향상 및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이미 지난 2000년 말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340만명)를 넘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앞으로 2018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14%인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오는 2026년에는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데 18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데 8년이 걸릴 것이라는 계산으로, 고령사회에 도달 속도가 가장 빨랐던 일본(24년)보다도 6년이나 더 빠른 추세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출산률은 급격히 떨어져 성인여성 한 명이 일생동안 아이를 낳는 가임률이 1.19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1970년대 4.54명)
비단 고령화나 저출산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도 제도 시행초기에는 저부담-고급여의 구조로 시작해서 점차 보험료를 상향조정하였듯이 우리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현재의 구조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2047년경에는 기금이 완전 소진된다는 결론이다.


이와 같은 국민연금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에서는 현재 연금수령액을 소득대체율 60%에서 단계적으로 2008년까지 50%로 낮추고, 또 납부하는 연금보험료는 현재 소득의 9%로 되어 있으나, 2010년부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최고 15.9%를 적용하도록 하는, 소위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적정부담-적정급여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으로 지난 국회에 상정되었으나, 제대로 심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연금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지급 수준을 낮추는 법 개정안에 대하여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고령화사회에 필수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개편이 불가피함을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지난 2월 노대통령께서는 국정연설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조기에 처리할 것을 천명하였고, 또한 지난해 일본의 경우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정안정을 위해 연금개혁법안을 통과시킨 예도 상기하면서 오는 4월 임시국회 때는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정부안을 모태로 여야가 중지를 모아 좀 더 성숙된 국민연금제도가 새롭게 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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