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생각하는 글
김순용 부귀 신덕마을간사

요즘 거리에 나가면 여기저기 펼침막이 걸려 있다.
6월 선거에 나온 사람들이 걸어 놓은 것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거나 자비로운 표정의 사람들이 모두 이 나라와 지방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앞 다투어 경쟁이 붙었다. 그들의 표정이나 써 놓은 글들은 어찌나 눈에 잘 뜨이는지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글들을 무심코 읽으며 깜짝 놀라곤 한다. 어쩌자고 저렇게 엄청난 약속을 만천하에 한단 말인가.

"산이라도 옮기겠습니다."
"불 속이라도 뛰어 들겠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감히 불속에 뛰어든단 말인가. 어떻게 산을 옮기겠다는 말인가. 지역사람들을 위해 그렇게 목숨을 걸고 일을 한단 말인가. 저러다 정말 당선이 되고 사람들이 약속을 했으니 불속에 뛰어 들라고 하거나 산을 옮기라고 하면 어쩔 것인가. 이 산보고 저리로 가라고 명령하면 산이 움직이는 신통력이라도 있단 말인가. 그건 나중일이고 우선 당선되고 볼일이라고 생각 하는 건가. 어찌되었든 그렇게 엄청난 약속을 내걸 수 있는 용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런 허무맹랑한 약속에 마음이 끌려 그 사람에게 도장을 찍을 사람이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약속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정말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약속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영국속담에는 '약속은 늦게 실행은 빠르게' 또 '약속을 잘하는 사람은 잊기 쉬운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용기 있는 사람은 모두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고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루소도 말하기를 '약속을 쉽게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실행은 가장 충실하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정치가들이 하는 약속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정치가들도 약속을 아주 쉽게 하고 쉽게 그 약속을 잊어버린다. 유권자들도 약속을 지키라고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선거철만 되면 허무맹랑한 약속을 하며 사람들 앞에 읍소하는 정치가들의 모습을 비웃지만 우리의 삶이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정치가들이 유권자들에게 내거는 약속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당선된 뒤에도 그 약속을 잘 지키는지 살펴 볼 일이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은 허무맹랑한 말로 허황된 약속을 하며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진실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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