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생각하는 글
윤일호 진안중앙초 교사

'동시'라고 하면 어른들이 쓰는 '성인시' 만도 못한 하찮은 시쯤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혹시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을 읽고 그런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 전혀 그렇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독백처럼 이해할 수 없는 글로 채운 시보다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동시가 어른이든 아이든 함께 읽기에 참 좋다. 그러면 우선 동시 두 편을 읽어보자.
 
고물 / 박방희
줍는 / 사람에겐 / 고물이 / 아니다. / /보물이 된다.
 
할아버지 요강 / 임길택
아침마다 / 할아버지 요강은 내 차지다. / / 오줌을 쏟다 손에 묻으면 / 더럽다는 생각이 왈칵 든다. / 내 오줌이라면 / 옷에 쓱 닦고서 떡도 집어 먹는데 / / 어머니가 비우기 귀찮아하는 / 할아버지 요강을 / 아침마다 두엄더미에 / 내가 비운다. / 붉어진 오줌 쏟으며 / 침 한 번 퉤 뱉는다.
 
짧은 동시지만 그래도 마음을 흔드는 참 좋은 동시다.
우리가 생활에서 날마다 보거나 겪는 일들이 시인의 눈을 거치면 새롭게 태어난다.
두 번째 시도 참 좋은 시다. 할아버지 요강을 비우는 아이 마음 하며 모습이 잘 그려진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시집을 보지 않는다.
동시는 더욱 그렇다. 시가 어려워지고 시인들만의 유희(즐거움) 정도로 되어버리니 집에 있는 시집이라고 해봐야 책꽂이에서 먼지만 쌓일 뿐 누구 한 사람 보는 사람이 없다.
동시는 마치 수준이 낮은 읽어봐야 별 볼일 없는 정도로 생각되어 더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동시 한 편 더 볼까?

모내기 / 최종득
이앙기 한 대가 / 모내기한다 / / 새참 없다 / 투덜투덜 / 노래없다 / 투덜투덜 / 사람 없다 / 투덜투덜 / / 넓은 논 / 왔다 갔다 / 저 혼자서 / 투덜투덜
 
시를 읽다보면 그림이 그려진다.
예전에야 사람이 모내기를 했지만 이젠 이앙기가 모내기를 하니 그 장면이 그려지게 잘 쓴 동시다.
아이들만 동시를 본다고 생각하지 말고 좋은 동시집이 많으니 서점에 가든 인터넷에든 동시집 한 권 사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자. 아이도 어른도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을 나누고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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