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생각하는 글
윤일호 진안중앙초 교사

"선생님, 투표하셨어요?"
"선생님은 이번 선거에서 누구 찍으셨어요?"
"우리 아빠는요, ○○○ 찍었대요."

선거가 끝난 다음 날 아이들이 내게 건 말이다. 내가 누구를 찍었는지, 선거에 대해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참 궁금했나 보다.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 아버지가 찍은 사람들까지 줄줄 이야기한다. 아이들 나름으로 어른들이 하는 선거가 신기하기도 하고, 의외로 관심이 참 많다. 아마도 아이들이 보는 눈만큼 아이들은 그렇게 배워서 아이들이 자라면 그만큼 투표를 하겠지.

사실 교과서로(사회) 아이들에게 선거이야기를 아무리 해봐야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이런 선거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면서 교육을 했다면 이게 바로 살아있는 교육이라 할 수 있겠지. 벽보나 집에 온 유인물을 꼼꼼히 함께 읽으면서 어른들이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를 판단하는지 우리 아버지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옆에서 보고 들으면서, 선거장을 아이와 함께 직접 찾아가거나 어떻게 투표를 하는지 보여주었다면 그게 산교육이 되어 아이들은 배우게 된다.

선거의 4대 원칙(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을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귀중한 기회를 함께 나누면서 '아, 선거란 게 이렇게 하는 거구나.'하고 경험으로 배우는 산지식이 되는 것이겠지.
전교 어린이 선거 때마다 아이들이 하는 공약을 들어보면 참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학교에 쓰레기를 주워서 깨끗한 학교를 만들겠다,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 후배들을 사랑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거침없는 주장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비슷한 공약이다. 더군다나 과연 아이들이 지킬 수 있는 약속인지, 빌공(空) 공약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우선 그 바탕에는 학교라는 구조와 문화가 아이들에게 그만큼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유와 문화를 허락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서 하기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다. 또 아이들이 그 전에 어린이회 선거를 보고 배운 대로 멋들어지게 벽보를 만들고, 말을 잘하기만 하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에서 약속이 얼마나 중요하고, 내가 한 번 뱉은 말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말인지, 어떤 자리에 오르는 것이 여러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하여튼,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거울이 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선거에 대해서 더 느끼고, 민주 절차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기를 바래본다.(20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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