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간의 진안땅 마을문화 여행

세상의 길은
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걷고 있다.
 
-김재진 「길」

 
서로의 삶에서 각자 열심히 살아온 18명의 타인들이 7월 20일 진안군 한방약초센터에 모였다. 첫 번째 뿌리 농촌학교에서 진행하는 진안땅 마을문화여행을 하기 위해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10박 11일 동안 진안땅을 한 바퀴 돌면서 진안의 마을과 문화를 체험해보면서 귀농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11일 동안 그들이 걸었던 그 길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 중기마을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니 상도치 마을이 보인다. 그리고 그 길에 길을 걷는 나그네에게 그늘을 제공해 줄 작은 정자가 기다리고 있다.
◆길은 문화다
7월 20일 백운면 신전마을에서 출발한 마실은 원반송마을을 지나 동신마을에서 1박을 한다.(7.17km) 21일에는 백운면 원촌마을에서 시작해 모운정, 계남정미소, 중평, 원도통, 양화마을을 지나 오암마을에서 두 번째 밤을 보냈다.(16.51km) 22일에는 추동마을을 지나 신동, 내판치, 판치재, 장승 삼거리, 장승초등학교, 신덕마을 웅치골 체험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15.95km) 23일에 신덕마을을 출발하여 모래재 휴게소, 조약치, 원봉암 쉼터, 홍삼포크, 부귀초등학교, 번덕암, 그리고 방각마을회관에서 한여름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16.48km) 24일 가리점, 갈크미재, 외처사동, 중리마을에서 닷새 째 밤을 보냈다.(17.48km) 25일에는 삼거, 산제봉, 상성암, 와룡마을 방문자센터에서(19.54km), 26일에는 옥거 삼거리, 용담댐 휴게소, 신용담교, 감동마을에서 뗏목타기 체험으로 마실을 마무리했다.(12.58km)

27일 물 문화관, 장등, 도래실, 중배실, 운동장, 노채마을 방문자센터에서(16.63km), 28일 노채, 동굴, 갈티, 갈골, 가래재, 능길, 학선리 생활사 박물관을(14.27km), 29일에는 능길, 동향중학교, 충일사, 상향, 하가막까지 12.71km를 걸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하가막에서 출발하여 원가막 정자를 지나 중기마을에서 라면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12시에 마지막 발걸음을 뗐다.

중기마을에서 고개를 넘어 상도치마을과 하도치마을을 지나면 원물곡이 나온다. 이제 다리 밑으로 내려가 진안천변을 따라 걷다보면 처음 출발한 한방약초센터가 나온다.
고개를 넘어 오는 길 내내 달맞이꽃이 자신의 머리를 숙여 길 가는 나그네에게 노란 향내를 선사한다. 진주에서 온 김경숙 씨는 '달맞이꽃'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 길을 따라 걷는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은 다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길은 어떤 트랜드가 아니라 문화에요."

이미 11일 동안 뜨거운 태양과 소나기로 까맣게 단련된 피부는 막바지에 이르자 그 마지막 힘을 다한다. 서울에서 온 한 사람은 미처 긴 팔 옷을 챙겨오지 않아 팔과 종아리가 빨갛게 익어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으며 정병귀 마실지기가 묻는다.
"가장 먹고 싶은 것은?"
"짜~장~면~"
 

▲ 길을 걷다 잠시 쉬어가는 모습이 전부 제각각이다. 다리가 아프고 땀을 흘러도 다시 걷다보면 아프지도 않고,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11일 동안 그들이 보고 느낀 것들
전주에서 문화해설사를 한 지 9년이 된 이번 뿌리농촌학교의 최고령자인 박연숙 씨(60)는 "진안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지 몰랐어요. 사실 귀농이라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데 이번에 걸으면서 귀농에 대해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곳에 온 많은 사람들과 알게 되어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만족이에요. 만족에 왜 발 족 자가 들어가는가 했는데 내가 내 두발로 걸어보니까 그 이유를 알겠어요."라고 말한다.

"물이 있는 곳이면 그냥 옷 입은 채 강물로 들어가기도 하고 소나기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길을 걸었어요. 비가 흘러내려 신발 안이 저벅저벅 하지만 한 번 비에 젖으니까 다시 안 젖더라구요."
진주에서 온 김경숙 씨는 "귀농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사실 가장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은 이곳이 처음이죠. 그런데 너무 좋아요. 늘 도시에서만 살다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주올레나 지리산둘레길도 다 걸어봤는데 진안마실길도 그 곳에 못지않은 매력이 충분히 있어요. 그러나 우리도 스텝이 있으니까 여기까지 왔지 혼자서는 아무 표시가 없으니 못 걸을 거 같아요. 제주처럼 좋은 상품으로 만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진해에서 온 한 사람은 "귀농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인생을 살면서 한 차례 태풍이 지나갈 때가 있어요. 그 태풍이 지나가면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사는 삶을 당연히 찾게 되는 거 같아요."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방약초센터에 모여 완주를 한 9명에게 수료증이 주어졌다. 그리고 그 동안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감격에 찬 울음을 터트렸다.

"이 길을 완주했다는 것에 나 스스로에게 놀랐다."
"지금 이 자리에 서니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지금 이 마음으로 다시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겠다."
"좋은 만남이어서 더 의미가 있었다."
"귀농에 대해 시험 중인데 정답을 찾은 것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다행이다."
"자연스럽게 농촌에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곳에도 가보고 싶고, 다시 한 번 진안을 방문하고 싶다."
"몰랐던 마을과 농촌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였다."
"귀농에 대해 구체적으로 체험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좀 더 노력해야 귀농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안이 너무 좋아 꼭 다시 오고 싶다."
"내 발로 진안을 걸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 제2의 고향을 진안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또 걸으면서 마음에 담아 둔 마을이 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용기를 얻어가지고 돌아가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한겨레신문에서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완주는 못했지만 그 마지막 자리에 꼭 있고 싶어서 중간에 갔다가 다시 왔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너무 반듯해서 보기 좋았고 좋은 만남이었다."
"전주에서 왔는데 2박3일 밖에는 참여를 못했지만 차만 타고 다녔을 때는 몰랐던 진안의 여러 곳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가만히 참가자들의 소감을 듣던 정병귀 마실지기가 "마실길을 만든 사람이지만 이렇게 11일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걷게 되어서 기쁘다."라면서 감격스러운 눈물을 흘렸다.

▲ 도착하기 100m 전, 마지막 간식을 먹는다. 10박 11일동안 일명 한호엄마(남자 스텝중 한 명)의 지극한 정성으로 세 끼 식사와 간식을 먹은 일행은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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